우리 수녀회 창립자 까르멘 살례스 수녀님께서는 “어린이, 청소년은 하늘의 한 조각입니다”라고 하셨고 교육을 통해 하늘의 한 조각들이 빛나기를 바라셨다.
2011년 필리핀에 선교사로 파견받으면서 바콜로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우리 학교 교육비는 한 달에 90페소였다. 이곳의 가난한 사람들의 식사 한 끼 값이 20페소 정도니 교육비는 사립학교이면서도 거의 무료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이마저도 낼 수 없어 교육비를 밀리는 아이들이 다수였다.
부모들은 하루 벌어서 하루를 살아야 하는 처지였다. 저축한다는 개념은 아주 희박하다. 그래서 수녀님들은 부모와 학생들에게 돈이 있을 때마다 가지고 오면 담당 수녀님이 보관해 주고 그 돈에서 교육비를 납부하도록 했다.
영어가 서툴렀던 나는 학교 잔일을 조금씩 돕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4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내게 다가와서 “수녀님, 오늘 40페소를 가지고 왔어요. 지난번까지 모아놓은 돈이 모두 140페소이니까 40페소를 합해서 모두 180페소예요. 이번 달 제 동생과 제 교육비가 되지요?” 하며 또박또박 따져가면서 확인했다. 그때 나는 서랍 안에 누런 작은 봉투마다 이름이 있고 거기에는 며칠에 얼마를 가지고 왔는지 쓰여있는 걸 보게 됐다. 가끔 아침마다 5페소, 10페소 등 적은 돈이라도 수녀님 서랍 속 봉투에 돈을 보관하는 아이들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또 수녀님이 가르쳐 준 대로 교육비를 차곡차곡 모아 내는 모습이 기특했다.
교육 수도회이기 때문에 늘 아이들을 만나고 있지만 항상 놀라는 것은 교육의 힘이다. 참된 사랑과 신념에서 나오는 교육의 힘은 지식만이 아닌 마음과 영혼을 길들이고, 세상에서 그들의 꿈을 이루어 가게 한다. “아이들아, 세상에서 네 꿈을 펼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