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본당에서 큰 선물을 받았다. 묵주반지였다. 서울대교구 5개년 사목지표 중 2017년 미사로 하나 되는 신앙 「말씀과 기도」 책자가 발간됐는데, 한 해 동안 미사와 함께 책자에 묵상의 글을 적어온 신자들한테 주는 선물이었다. 기대하지도 않은 선물이라서 기쁨은 더욱 컸다.
미사란 무엇인가? 묵상해 봤다. 미사는 ‘나의 삶’이었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는 나에겐 별도로 시간을 내서 기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향과 찬미, 말씀, 기도, 가르침, 사랑 그리고 희로애락이 함께 들어있는 주님께서 주시는 종합선물이 미사였다. 그것을 깨달은 나는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으면 매일 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나는 오늘 하루의 문을 열고 성당으로 향한다. 미사 30분 전에 도착해 예수님 앞에 머물러 기도한다. 어제 주님께서 주신 한없는 사랑의 은총에 감사하며 잘못한 일에 용서를 청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의 일을 주님께 온전히 맡겨드린다. 시작 성가와 함께 미사가 시작되면 마음과 정신과 생각을 다 해 미사에 참여한다. 힘들 때는 신부님 강론 말씀에서 하느님의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한없이 울기도 했고, 모든 것이 무너져 혼자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을 때는 희망과 용기도 얻었다. 믿음으로 가르침에 지혜도 얻었다.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는 모두 하나 되어 밝은 미소로 서로에게 평화를 빌어줬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마침 성가를 끝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가득 안고 성령이 충만해 성당 문을 나온다. 이렇게 매일 미사와 함께하는 나의 삶 안에서 아들 신부의 사제 수품 1주년이 됐다. 아들 신부는 늦은 나이에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다. 사제는 거룩하고 훌륭한 가정에서만 탄생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아들이 사제가 되는 꿈도 가져보지 못했다. 아들 신부는 사제로 사는 삶이 행복하게 사는 삶이라고 엄마인 나를 설득했다. 결국, 주님께서는 어느 곳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하느님 안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게 해달라는, 단순한 자녀들을 위한 나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그렇게 나는 아들이 가는 길에 용기와 희망을 주는 후원자가 됐다. 그러나 나의 부족한 기도와 후원으로는 어렵고 힘든 길이었다. 본당 신자들은 모두 하나 돼 미사 전에 한마음으로 성소를 위한 기도와 부제를 위한 기도, 새 사제를 위한 기도를 끊이지 않고 열정으로 기도해 주셨다. 착의식, 독서직, 시종직, 부제품, 사제품 한 단계씩 직분을 받을 때마다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우리 본당 신자들과 그리고 우리를 알고 있는 모든 지인은 한결같이 사랑과 관심, 응원과 기도를 아끼지 않으셨다. 그렇게 우리의 바람을 아시는 하느님께서는 부족한 가정의 자녀가 사제직을 받도록 열매를 맺어 주셨다. 그것은 기적이었다.
내일도 아들 신부는 부임지에서 미사의 주례자로서 하느님께 사랑을 청하며, 사랑방 같은 미사의 문을 열고 미사를 집전할 것이다. 나는 주님의 초대로 미사 안에서 성체성사로 그리스도와 하나 되고 형제들과도 하나 되어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의 친교에 참여할 것이다. 나는 나의 삶으로 가는 길에 주님과 성모님을 만나 사제들을 위한 기도를 바친다.
‘주님, 사제들이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가는 길, 험난해서 숲이 깊을지라도, 가는 길에 힘들어서 물이 거셀지라도, 언제나 당신을 만나 잘하였다. 행복하다. 느끼게 하여 주소서. 성모님, 부족한 저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