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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숙 수녀의 중독 치유 일기] (8)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셨다" (요한 2,1-11) )

중독자 가족의 정확한 인식과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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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일으키신 첫 기적인 갈릴래아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이 술로 변화된 성경 이야기가 한동안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사도직을 하는 나에게는 묵상하기에 달갑지 않은 성경 말씀으로 여겨지곤 했다. 예나 지금이나 잔치가 벌어지면 ‘술’로 흥을 북돋고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었을 것이다. 갈릴래아 카나에서도 혼인 잔치에 참석한 손님들은 한 잔씩 하면서 얼큰하게 술기운이 오르면 점점 상기된 목소리로 흥분하여 소리 높여 이야기하기도 하고 호탕한 웃음을 날리기도 했을 것으로 상상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술이 떨어진다는 것은 애주가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곧바로 술을 사오도록 아낌없이 지갑을 열어서 술값을 지불할 것이다. 또 성경에서는 술을 더 만들도록 부추기는 것 같은 성모님의 모습은 중독 전문가로 일하는 나에게 ‘공동의존의 전형적인 어머니’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공동의존(co-dependence)은 중독자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 특히, 친밀한 관계인 부부와 자녀들이 여러 가지로 정서적 불안감을 반복 경험하면서 함께 병들어가는 현상을 말한다. 공동의존이 되면 함께 우울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하며, 자신감이 결여돼 의욕이 떨어지기도 한다. 때론 자신 때문에 중독자가 되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절망적이고 슬픈 상황에서도 현실을 부인하거나 회피하기도 한다.
 

상담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배우자에게 설명하면 놀랍게도 “아직 그 정도의 중독은 아닌 것 같다”고 오히려 문제를 대변하거나 부인하고 감추려 애쓰기도 한다. 함께 병이 들면 현실적인 문제를 직면하는 것이 너무나 두렵기 때문이다. “술과 도박을 멈추려면 치료를 받아라” 하고 당당히 요구하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며 가족과 결부시키지 말아야 한다. 가족이 계속 술과 도박하는 자리에 함께 앉아 있지 말고 박차고 일어나 각자 갈 길을 가는 게 정확히 문제를 알고 치료를 돕는 길이다.
 

비록 쉽게 일어서지 못하지만, 상담하고 나면 대부분은 “힘이 생기네요. 방법을 알게 되니 가슴이 후련하네요” 하면서 어렵게 용기를 내어 가족들이 함께 상담을 오곤 한다. ‘조금만 도와주면 술과 도박, 마약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착각 속에 가족이 계속 도움을 주는 것은 치료를 연장시키고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성모님은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며 어떤 결정도 자신이 하지 않으시고 아들의 역할을 대신 하지도 않으신다. 예수님의 첫 기적 이야기를 묵상하면서 독립적이고 단호하신 모습,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시는 모습, 자신의 역할을 분명하게 분리하시는 분으로 성모님을 이해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직원들끼리 “만나면 술 한잔 합시다”라고 오가는 인사말을 자주 듣곤 한다. 그때마다 “과연 술자리에서 한잔으로 끝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이제부터는 만나면 “차 한잔 합시다”라는 인사말로 바꾸면 어떨지? 작지만 큰 바람을 가져본다.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상담전화 : 032-340-7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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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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