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3일
본당/공동체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목일기] 사랑의 고백 용서의 고백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퇴근 시간이 지나 저녁 8시가 되어서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야간 아동공부방 별빛쉼터 에 다니는 준민(가명)이라는 아이를 데리고 아동복지 담당복지사와 공부방 강사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9살 준민이 얼굴에는 피멍이 들어 있었다. 선생님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준민이 아버지가 이렇게 때렸습니다. 이렇게 맞고 오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고 어떤 때는 쇠파이프로 때린다고 해요. 지금 준민이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관장님도 같이 가 주실 수 있겠습니까? 라고 말했다.

 잠시 후 준민이를 데리고 선생님들과 함께 열평 남짓한 준민이 집에 도착했다. 준민이는 도망가다시피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는다. 50세가 다 되어가는 준민이 아버지는 몇년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장애인이 되어 늘 집에서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아내가 식당 일을 하여 살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준민이가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데 아버지 기대와는 달리 준민이가 학교에서 도벽과 거짓말을 일삼고 또래친구들을 때려 말썽을 일으키고 학교 담임 선생님에게는 문제아로 낙인이 찍혀 있으니 화가 난 것이었다. 또 짜파게티를 만들어 놓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는데 밤 늦도록 오질 않으니 또 화가 나고 화가 날 때마다 몽둥이나 쇠파이프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아이를 때린다는 것이었다.

 밤중에 느닷없이 들이닥친 우리 일행의 방문을 받으며 엉클어졌던 실타래를 풀 듯이 털어놓는 얘기 속에서 아버지 마음에 있는 욕구와 바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준민이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확인되기 시작하였다. 아들에 대한 감추어진 사랑을 찾아 꺼내 보여드리면서 아버지 마음을 안정시킬 수가 있었다.

 아버지와 상담을 끝내고 아들 준민이를 불렀지만 아버지 앞으로 오지를 못하고 눈치를 보면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다. 아버지에게 준민이를 안아줄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그러겠다고 하였다. 아버지 품에 안긴 아들의 눈은 여전히 무서움과 두려움에 떨면서 아버지 눈을 피해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랑의 고백을 아들은 아버지에게 용서의 고백을 하는 아름다운 순간이 이어졌다. 이 기쁨을 나누기 위해 선생님과 준민이는 아버지 앞에서 성탄 때 복지관에서 배운 노래와 춤을 추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준민이가 편지를 보내왔다.

  벨따 수녀님 안녕하세요? 저는 준민이라고 해요. 노래하는 게 재미있어요. 그리고 복지관에 오면서부터는 아버지가 안 때려서 좋아요. 별빛쉼터에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신이 나요. 저는 계속 오랫동안 다니고 싶어요. 준민 올림.


 ※다음 필자는 인보성체수도회 민태희(이레네 서울 일산본당 첫영성체 가정교리 담당) 수녀입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4-04-2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9. 3

필리 2장 14절
무슨 일이든 투덜거리거나 따지지 말고 하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