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본당에 사는 것이 왠지 푸근하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던 곳과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 뭘 좀 해보려고 하면 돈걱정부터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몇명 안 되는 그리 내세울 것 없는 사람들끼리 오붓하게 가족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이 큰 복(福)이라 생각한다. 신자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살기에 그들 정서도 익힐 겸 성당 옆에 있는 밭을 조금 얻어 이것저것 심고 가꿀 수 있는 것이 또 하나의 기쁨이다.
그런데 이곳에 두 해째 지내면서 꼭 풀어야 할 숙제처럼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있다. 도시 본당 신자들과 나눔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도시공동체와 농촌공동체가 자주 만나고 서로 삶을 나눈다면 더욱 건강해지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본당 신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특별히 반기던 분들이 있었다. 이 지역에서 친환경 농사를 하시는 분들이다. 올 봄에 그분들과 함께 초대장을 하나 만들었다. 개인이나 가족 소규모의 도시 신자들이 방문해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일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얼마나 호응이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조금씩 물꼬를 트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숙제를 시작해 본다. 혹시 이 글을 읽거나 초대장을 받아 본 분들이 계시면 시골 신부 숙제 도와주는 셈 치고 전화 한번 해주기를 바라며 초대장 내용을 함께 올린다.
도시와 농촌의 어울림을 꿈꾸며…. 농촌 생활 체험의 장 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곳곳에 봄이 찾아왔습니다. 겨울에 잠시 움츠렸던 기운을 일으켜 들로 나서는 농민들의 바쁜 걸음을 봅니다. 때로는 힘들어 한숨 쉬고 때로는 흐뭇해 활짝 웃는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이 무척 기쁩니다. 농촌은 뿌리 도시는 꽃 이라 했습니다. 뿌리가 튼튼히 뻗고 있는지 꽃이 예쁘게 피어나고 있는지 서로 삶을 나누고 싶은 바람에서 인사 올립니다. 일상에 지쳐 잠시 쉬고 싶으실 때 부담없이 시골에 한번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이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친환경 농사를 해 오시던 분들이 있어 소개합니다. 아울러 손쉽게 그들과 같이 해볼 수 있는 일들도 소개합니다.
** 연중 체험 마당
△5월 모심기 포도순따기 사과꽃따기 △6월 포도ㆍ사과 알솎기 봉지씌우기 △7ㆍ8월 감자(고구마)캐기 고추따기 풀뽑기 여름사과 따기 △9월 포도ㆍ사과 따기 △10월 벼베기 사과따기. 문의 054-532-4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