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에서 벗어나 ‘함께’하는 단주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프로그램은 「하루하루를 살자」를 교재 삼아 명상으로 시작된다. 이 명상을 통해 각자 자신의 구체적인 삶을 계획하는데 먼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 24시간 동안 단주와 단도박에 집중하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다. 하느님께서 주신 하루를 의미 있게 열어가면서 영적인 위로와 격려로 힘을 받기 위함이기도 하다.
명상 중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질문을 하나씩 하는데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질문이 있었다. 그 질문은 “나는 내 인생을 홀로 경영하기를 중단했는가?”였다. ‘경영’이라는 단어가 그날 유난히 새롭게 느껴졌고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작은 상점을 운영할 때도 업종과 위치, 자본과 손익을 예상하여 전략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데 인생을 살아가면서 삶의 경영 전략은 무엇일까? 중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은 왜 자기 인생을 홀로 경영하려 하는가? 무엇을 중단해야 하는가? 등을 주제로 서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 여러 해 동안 단주하고 있는 이가 자신은 아직도 중단이 안 되어 “회복된 자”라고 말하지 않고 “여전히 회복으로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부모와 어렵게 자녀의 술 문제를 상담해서 폐쇄 병동보다는 낮 동안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출퇴근으로 치료를 받아보자고 의료진과 상의하여 수차례 당부하며 여러 가지 치료 전략을 마련한다. 하지만 자신이 홀로 세운 계획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생각을 중단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녀님 다음 주부터 나갈게요. 제 의지대로 한 번 더 해 볼게요.” “저를 한 번만 믿어주세요.” 수많은 핑계를 대고 회피하면서 가족도 본인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가게 된다. 이미 중독이라는 병이 맑은 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게 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일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회복하는 이들은 ‘홀로 계획’을 중단하고 다른 회복자의 방법들을 전략적으로 배우려 한다. 그래서 그들은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유대’를 통해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를 공유하며 늘 혼자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삶의 경영 전략은 자본도 업종도 아닌 홀로 가는 길에서 돌아서는 것이다. 단주와 단도박을 하는 친구들과 만나며 모임을 가지며 치료진과 함께 가려는 마음을 다지는 것이다. 홀로만의 전략이 많을수록 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해결되지 않으며 갈수록 깊은 고통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인생을 홀로 경영하기를 중단한다는 것이 이런 의미에서 중독 치유에서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었다.
중독치료센터에서 사도직을 하는 나에게 이 질문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불편했던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끊임없이 내려가도록 촉구하시고 세상의 변두리로 가도록 계속 초대하고 계시지만 여전히 나의 계획과 만족, 안정된 장소와 편리함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홀로 경영’에 대한 질문은 내 인생을 홀로 경영하기를 중단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성찰하게 한다.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상담 : 032-340-7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