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혼자 사시는 노인들을 수도원 재가복지센터에 모시고 수도원 식구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오늘은 시각장애 노인 다섯분과 그 가운데 한분인 김옥분 할머니의 딸 덕춘씨와 함께 재가복지센터 주방 겸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덕춘이는 서울에서 강원도 인제군 남면에 들어서면 요즘 빙어축제장으로 잘 알려진 소양호 인제 선착장 인근에 살고 있다.
눈먼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덕춘이는 서른여덟 노처녀다. 열아홉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덕춘이는 오로지 음악시간에 노래와 피리 배우는 재미로 초등학교를 다녔단다. 산수나 다른 과목은 하나도 모른다. 글도 잘 모른다. 그래도 덕춘이는 일할 때나 쉴 때나 항상 흘러간 옛 노래를 흥얼거리며 신나게 산다.
이런 덕춘이를 몰라보고 점심식사 때 주방에서 일하는 식구들에게 잔소리를 하다 혼이 났다. 다들 식사 시중들면서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데 계속 잔소리를 하자 혼자 중얼거리며 밥을 먹던 그녀가 갑자기 나를 향해 정색을 하며 야단친다.
왜 밥 먹는데 그래요? 재수 없게? 식구들이 웃으면서 잘했다고 맞장구를 치자 그녀는 더욱 의기양양 눈을 흘기며 불만에 찬 모습으로 중얼거린다.
오~ 내 사랑 덕춘아 미안하다. 아부를 떨며 그녀를 달랜다. 그래도 화가 안풀린 모양이다. 이번에는 옆구리를 간질이며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 한 토막을 부른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그제야 좀 풀린 모양이다. 그녀 왈. 지랄한다. 사랑은 아무나 하는 줄 아나?
식사 후에는 오색온천을 향해 출발한다. 덕춘이 기분을 계속 맞춰주고 잘 보이기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뽕짝 노래 테이프를 틀어준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녀의 목소리에 흥이 난다. 그녀의 몸 장단에 차가 흔들거린다.
온천을 마치고 나오면서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말없이 슬쩍 사탕 세개를 손에 쥐어준다. 아마 자기가 화를 내서 미안하다는 표시인 모양이다. 나도 얼른 매점에 달려가 과자 한봉지를 사서 건네자 빙그레 웃으며 받는다. 덕춘이와 내가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부르는 노래와 어깨춤 그리고 우리의 앗싸 장단에 오색온천 갔다 오는 길 내내 흥겨웠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 눈이라도 마주 쳐야지~ 이렇게 우리는 사랑의 점 하나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