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의장이자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이 광주와 전남지역에 머물지 않고 한국사회 전체, 나아가 세계의 민주화와 인권수호의 정신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11시 광주 쌍촌동 광주대교구청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대주교는 40주년을 맞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영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주교는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은 민주·민권·인권·평화통일을 아우르며 이는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대동사회를 향한 노력”이라면서 “이는 광주와 전남을 넘어 인류 보편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이어 옛 광주교도소 신원 미상 유골 발견과 관련해 “더 조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많은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당시 항쟁에 가해자로 참여했던 분들의 양심선언을 통해 진실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그러나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이는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증오, 원망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고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검찰 개혁과 관련해 “법이 법으로서 권위를 갖기 위해서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법 집행’은 자칫 ‘법의 폭력’으로 오해될 수 있고 이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 김 대주교는 보수와 진보의 참된 철학을 강조하면서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양 날개 또는 수레의 양 축처럼 함께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교류와 관련해 김 대주교는 “한국 주교회의는 국제 카리타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북측과 교류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밀가루 보내기와 우수 농산물 종자를 키우게 하는 종묘사업을 계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주교는 또 서울과 평양, 뉴욕에서 동시에 남북 종교인 기도 모임을 개최하기 위해서 다각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 공동의 노력은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도 중단될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며 “남북 간 대화를 가로막고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어떤 정치적·군사적 시도도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남북 간의 형제애를 증진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를 자주적으로 이룩하기 위한 지름길이고, 세계 평화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