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3일
본당/공동체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목일기] 염소탕 잔치 벌인 날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신부님 염소 한 마리가 죽었어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막 들어서는데 안드레아가 겁먹은 소리로 더듬거렸다.

  뭐? 어떻게 죽었어? 개가 물었어요.

 수도원 뒷동산 우리에 살고 있는 염소 여섯 마리 가운데 일년이 채 안된 새끼 한 마리가 아침에 우리를 빠져 나왔다가 개에게 물려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 어제 밤에 베드로 할아버지가 풀어놓은 풍순이 짓이다. 해마다 봄 가을 두 차례 경로잔치에 쓰기 위해 정성들여 키우는 놈인데 잠시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일을 저지른 것이다.

 여간 아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이 염소로 동네 노인들이 오랜 만에 보신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긴 겨울을 보내고 이제 서서히 농사일을 준비하는 지금쯤 보양식이 필요한 때라 어떻게 보면 이 모두가 동네 노인들을 위해 벌어진 일 같다.

 옆집에 사는 최씨 할아버지는 염소 고기 장만하는 데 전문이다. 술 좋아하는 김씨 이씨 노인과 동락이 할아버지 오랜만에 좋은 안주거리로 보신할 생각에 무척 신이 난 것 같다. 노인 대여섯 분이 남 속도 모르고 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죽은 염소를 불에 그슬리면서 고기 장만에 여념이 없다.

 점심 때 염소고기 먹으러 오라는 전갈을 받고 노인회관으로 갔더니 이미 동네 노인들 다 모였다. 염소전골 염소수육 염소탕에 소주까지 곁들인 거한 잔치가 벌어졌다.

고기가 연하고 맛이 개고기보다 훨씬 낫다고 다들 좋아하시면서 맛있게 드셨다. 염소가 일년이 채 안된 놈이라 지금이 맛이 제일 좋을 때다. 덕분에(?) 나도 사순시기 금주 금육 서약을 깨고 기분 좋게 한잔하면서 보신했다. 사연이야 어떻든 정성들여 기르고 가꾼 모든 것들이 사람을 위해 기여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
 원통수도원에는 사람이 먹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로 개와 오리와 닭을 키우고 지천으로 널린 풀과 곡식 찌꺼기로 염소와 토끼를 기른다. 짐승들 배설물은 텃밭 퇴비로 쓰인다. 그리고 정성껏 키운 짐승들은 봄 가을 두 차례 경로잔치 때 무려 500명이 넘는 인제군 노인들이 드실 고기로 사용된다.

지난 가을 경로잔치 때는 염소 새끼 세 마리를 주고 큰 돼지 두 마리를 얻어 돼지고기로 잔치를 했다. 이때 돼지머리로 감자탕을 끓일 때 본 웃는 돼지 얼굴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아마 자신의 살로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이 좋은 모양이었다.

 짐승들을 기르다 보면 참 정도 많이 들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창조 때 하느님 계획대로 이들이 사람을 위해 쓰일 때 제일 고맙고 좋다.    ##다음 필자는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노희연(벨따 안동시종합사회복지관장) 수녀입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4-03-2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9. 3

1코린 13장 5절
자기가 믿음 안에 살고 있는지 여러분 스스로 따져 보십시오. 스스로 시험해 보십시오.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까? 깨닫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실격자입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