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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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김재덕 신부(대전교구 대화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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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덕 신부



저에게는 하느님께서 주신 아주 특별한 선물이 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하느님 말씀이 생각나서, 그 말씀을 실천하게 되는 은총입니다.

하루는 본당 자매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신부님, 저희 아버님이 곧 돌아가실 것 같은데요, 오셔서 대세 좀 주세요.”

전화를 받자마자 수녀님과 함께 병원으로 갔습니다. 대세를 받으실 형제님께서는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많이 쇠약해지신 상태였습니다.

“형제님, 안녕하세요? 저는 따님 본당 신부에요. 대세 받기를 원한다셔서 왔습니다. 대세를 받으려면…”이라고 말하며 천주교 4대 교리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난 뒤 “형제님, 하느님 믿으시겠어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형제님께서는 눈도 못 뜨신 상태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다시 여쭸습니다. “형제님, 대세 받으려면 하느님 믿으신다고 말씀하셔야 해요. 하느님 믿으실 거죠?”

그러자 그 형제님이 대답하셨습니다. “시답잖은 얘기 그만하세요.”

결국, 따님께 설득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끝까지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으셔서 대세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다시 그 자매님께 “아버님께서 곧 돌아가실 것 같다며 대세를 부탁한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천주교 신앙을 명확하게 거부하셨는데, 대세를 주는 것이 망설여졌습니다. 그때 갑자기 성경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마태 9,2)

왜 갑자기 이 말씀이 생각이 났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예수님께서도 중풍 병자를 데려간 사람들의 믿음을 보고 중풍 병자의 죄를 용서해 주셨는데,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지?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 지금 가겠습니다.’

그리고 병원으로 달려가 의식이 없는 형제님께 대세를 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매님의 믿음을 보고 형제님께 대세를 줍니다.”





김재덕 신부(대전교구 대화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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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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