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 금강산 남쪽 마을 가전리에 인접한 동네로 군인이 민간인보다 많은 동네다.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에는 왕다방 이라는 유명한(?) 다방이 있었다. 왕년에 인제 원통에서 군복무한 사람들은 이 다방이 왜 유명한지 다 안다. 이 동네에 글라렛 천도리공소 가 있고 바오로 데레사 부부가 살고 있다. 이 부부는 냉담 중인 천주교 신자다. 천도리에서 제일 높고 전망 좋은 곳에서 숯불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다.
냉담 중인 그들의 생활 모습이 안타까워 가끔 만나면 바쁘더라도 성당에 나오기를 권한다. 그러면 젊고 돈있고 능력 있는데 하느님이 왜 필요하냐는 식으로 나온다. 이들 부부에게 하느님 얘기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로밖에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고기가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왠지 모르게 자주 이 가족이 마음에 걸려 방문한다. 바쁘면 애들만이라도 신앙생활하게 하라고.
그런데 지난 여름에 잘 생기고 공부 잘하고 건강하던 6학년짜리 아들이 가족 일가 친척과 함께 천도리 계곡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가에서 물놀이하다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다른 세 사람과 함께 급류에 휘말려 실종되는 사고가 생겼다. 한달 보름 만에 아들 시신을 찾았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이 부부는 완전히 실성한 듯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지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그동안 매일같이 미친 사람처럼 아들을 찾기 위해 강을 따라 오르내렸다.
그 도중 강변에 위치한 수도원에 초췌한 모습으로 들러 대성통곡하며 지난날 그 오만했던 자신의 삶을 뉘우치며 용서를 청했다. 뭐라고 위로할 말이 없었다. 그냥 슬픔과 안타까움에 함께 눈물을 흘리며 죽은 아들과 이 부부를 위해 기도드렸다.
재가복지 사무실 창 너머로 요란한 기계톱 소리가 들린다. 수도원 운동장 한쪽에서 그 바오로 형제가 기계톱과 도끼로 화목을 준비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뭔가 허전함이 느껴지는 바오로 형제의 모습에서 애써 활력과 평화를 찾아본다.
바오로와 데레사 부부는 전망좋은 숯불고기집 산촌가든을 처분하고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천도리공소 식구로 공소공동체를 위해 온갖 일을 도맡아 하면서 예수님 안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 부부를 통해 가진 것이 많을수록 행복에 이르는 길에는 많은 아픔이 따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깊이 깨달으면서 이들 가정을 주님께서 새로운 삶으로 축복해 주시길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