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시티=CNS]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최근 교황청 산하 위워회 및 학술원 요직에 여성들을 임명함으로써 수세기동안 남성들이 지배적이던 교회 중심부에 여성들을 위한 틈을 마련해주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6일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위원에 처음으로 여성 신학자 2명을 임명한 데 이어 9일 교황청 사회학술원 원장에 처음으로 여성 평신도 마리 앤 글렌든(65 사진) 미국 하버드 법대교수를 임명했다. 교황청은 또 최근 유엔의 한 위원회 회의에서 여성들은 직업 전선에서뿐 아니라 사회 생활 모든 분야에서 평등하게 대우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처럼 여성들을 임명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예외적 경우이다. 오늘날 교황청 10개 주요 기관들의 행정·전문 인력 400여명 가운데 여성은 38명에 지나지 않는다. 최고직 행정가 35명 가운데 여성은 한명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황청 기관에 여성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 가지 이유는 임명 과정 자체가 사제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보통 교황청 인력충원은 공개적이지 않기 때문에 주교나 다른 고위 교외 관계자들의 추천으로 사제들이 일을 맡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황청 외교기관들은 모두 남성으로 성직자로 구성돼 있다. 교황청 외교관은 외국과 각 지역 교회에 교황과 교황청을 대표해 파견되기에 반드시 서품을 받은 성직자야 한다.
그나마 교황청에서 여성들이 일하고 있는 곳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설립된 새 부서들이다. 보건사목 이주사목 종교간 대화 등과 관련된 11개 평의회 직원 중 35를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또 여성은 왜 각 기관 최고직에 앉지 못하는 것일까? 이유들 중 하나는 오랜 전통 때문이다. 수세기 동안 추기경들은 교황을 도와 교회 안에서 다스리는 역할을 해왔다. 점차 교황청 기구가 확대돼 현재 수백명이 교황청 기구에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런 규칙들이 추기경이나 주교들을 주요 기관 최고직에 앉히도록 작용하고 있다.
현행 교회법전(제129조)은 교회 안에서 다스리는 직무(재치권 또는 통치권)를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은 성직자여야 하고 평신도들은 이러한 통치권 행사에 법규범을 따라 협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교황청에 형성된 남성 장벽 을 깨는 일보다 더 우선해야 할 것은 비성직자가 주요 기관에서 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가 지금 교황청 내부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