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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호 신부 |
주님의 평화와 위로를 빕니다. 성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들 주님 오심 잘 준비하고 계시죠? 주님께서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공동체 구성원에게 오시길 기도하며 글을 나누고 싶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루 ‘파벨라(빈민촌)’ 공동체에서의 성탄 전야 때입니다. ‘쿵 쿵 팡 쿵 쿵 쿵 팡’ 로켓이 별나라로 날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큰 스피커에서 나오는 대중음악과 캐럴이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며 도시를 휘감습니다. 제 발걸음은 큰길을 지나 건너편 골목을 통과해 50명이 모여 기도할 수 있는 공소에 도착했습니다.
불이 꺼진 공소에는 많은 교우분이 아기 예수님 오심을 기다리며 성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어눌한 포르투갈 말로 인사를 하고 미사 준비를 했습니다. 입당 성가와 대영광송과 본기도가 끝난 후 제1독서자가 독서대 앞에 섰습니다. 제 시선은 그 여성 교우분을 향했습니다. 그분은 맹인이었습니다. 오른손을 들어 점자 성경 구절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으며 메시아 오심을 선포하는 것을 들으며, 예수님이 소외되고 가난하고 아픈 이들, 소경과 말더듬이에게 손을 대시며 치유하시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 성경 말씀은 우리 눈을 뜨게 해주는 듯했습니다.
공동체는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장애인도 함께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손가락 끝에서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선포합니다. 손가락 끝에서 느끼고 체험한 것을 간직하며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매년 대림절이 오면 그때 기억이 떠올라 소외당하는 이와 장애를 가진 이들을 기억합니다. 교회에서 그들과 함께하는 여러 행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과 함께하는 미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모든 이에게 열린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교우와 사목자의 바람일 겁니다. 모든 이가 함께하는 사목은 ‘소공동체’ ‘열린 공동체’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며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은 가난한 이에게 해방과 평화를 주러 오셨습니다. 브라질 맹인 여성의 손가락 끝에서 생명의 말씀이 선포됐듯이 사제의 손가락 끝을 통해 소외당하는 이, 아파하는 이에게 주님의 손길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한경호 신부(꼰솔라따 선교수도회 아시아관구 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