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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목 어때요] ‘무지개 정원’으로 지역과 소통하는 원주교구 사북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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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민영 탄광인 동원탄좌가 있었던 강원 정선군 사북읍. 1975년 태백선 개통과 함께 신흥 탄광도시가 된 이곳은 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활기를 띄었다. 어두컴컴한 탄광에서 매일 탄가루를 마시며 일해야 하는 고된 일상이었지만 내 자식, 내 가족을 위해 애쓰며 삶을 일으켜 보겠다는 희망이 존재했다. 당시 광부들의 고된 일상에 쉼터가 돼줬던 사북본당(주임 심한구 신부)은 1965년 사북읍에 설립돼 56년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심한구 신부는 “1988년 사제품을 받고 처음 부임한 곳이 사북본당이었다”며 “스쿠터를 타고 조금만 이동해도 로만칼라가 새카맣게 변할 만큼 탄가루가 많아 회색빛 도시처럼 보였지만 그 곳의 사람들은 하얀 희망을 품고 최선을 다해 살아갔다”고 말했다.

위험 속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광부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했다. 사회적 약자였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은 없었고 기댈 곳은 성당 신부님뿐이었다. 심 신부는 “당시 광부들은 적은 임금에 대부분 판자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며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움직임이 1980년 사북사건이라는 투쟁으로 이어졌고 당시 사북본당 주임 김영진 신부님이 광부들 편에서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위험하고 고된 광부들의 삶이 세상에 알려졌고 사북본당은 1985년 사북 노동상담소를 개소해 광부들을 돕는데 팔을 걷어붙였다.

2000년대에 들어 석탄생산량이 감소해 동원탄좌가 문을 닫고, 그 자리를 ‘강원랜드’가 메웠다. 광부들이 떠났고 관광객들이 사북읍에 모여들었다. 국내 유일 카지노가 생겼다는 소식에 몰려든 사람들. 누군가는 돈을 벌었지만, 누군가는 돈과 가족, 희망 모든 것을 잃게 됐다.

“30년 만에 다시 찾은 사북은 놀라울 만큼 달라져 있었어요. 전에 없었던 모텔과 전당포가 즐비하고 외제차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죠. 겉으로는 화려해 보였지만 그 이면은 짙은 어두움이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도박으로 가정이 파괴되고 우정이 끊어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목숨을 끊었죠. 하늘을 검게 물들였던 탄가루는 사라졌지만 사북은 진짜 회색도시가 돼버렸습니다.”




심 신부는 사북성당이 30년 전 광부들의 삶을 위로했듯, 이제는 절망 속에 사는 사람들을 위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당 신부의 작은 결심은 ‘무지개 정원’이라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결실을 맺었다. 심 신부는 “성당 옆에 밭으로 썼던 660㎡ 가량의 부지를 작은 정원으로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쉬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의견을 냈고, 정선군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아 무지개 정원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와 조명, 분수와 그네의자로 꾸며진 정원은 지역민들이 언제든 들러 쉬었다 갈 수 있다.

지난해 7월 완성된 무지개 정원에서는 ‘2020 함께 가요 희망 콘서트’를 시작으로 지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공연들을 계획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에는 공연을 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여건이 된다면 지역주민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행사들을 무지개 정원에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사북본당의 노력이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국을 나눠드리는 ‘사랑 한 국자’를 지난해 4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 21일 찾은 사북본당에서 만난 심 신부는 공구를 펼쳐놓고 액자를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로 본당 재정상황은 어려워졌지만 지역주민들을 돕는 일을 멈출 수 없어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십자가의 길 14처 사진이 담긴 액자를 직접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무지개 정원과 사랑 한 국자, 그리고 누구나 들를 수 있게 ‘그루터기 경당’을 꾸민 심 신부는 “하느님이 원하시는 일이기에 그렇게 할 뿐”이라고 말한다.

심 신부는 “우리가 행한 작은 선의가 퍼져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삶을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의 모습이 아닐까요”라고 미소지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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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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