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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사진 에세이 길] 길 위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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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걸어 선생님이 찾아온 날,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마치 활자를

자신의 오장육부에 새기겠다는 듯

빛나는 눈길로 책 속으로 걸어간다.

길 위의 학교에선 안 되는 게 없다.

어깨너머로 배운 동생들이 “저요, 저요!”

언니 오빠를 뛰어넘어 버리고,

막내는 “오늘의 반장은 내가 할래”

배움에 목마른 형과 누나들에게

바지런히 물을 길어다 나르고,

“쌤, 아기 양한테 먹이 주고 올게요.

진도 나가지 마요.” 씽 다녀온다.

등 뒤의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아이들은 간절한 만큼 고개를 숙인다.

박노해 가스파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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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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