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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순 수녀 |
우리 닭장은 정말 친환경적으로 잘 지었다. 온갖 물건들을 주워서 덧대고 꿰매고 묶고 때우고 어찌 보면 너덜너덜해 보이지만 내가 본 바로는 참 멋진 생태 닭장이다. 심청이 아버지 심학규의 옷 같기도 하고 흥부네 식구들의 기운 옷 같다. 이렇게 필요한 일만 생기면 기술 좋은 비아 수녀님은 이것저것 주워와 맥가이버처럼 해결한다. 지난번에는 닭들이 알 낳는 장소 때문에 자리다툼을 하니 비아 수녀님이 3층으로 칸을 나눠 아파트처럼 개인이 호젓하게 알을 낳도록 원래 있던 통을 개조해 주었다. 이로써 닭들의 치열한 자리다툼이 없어졌다.
이것을 만들 때는 누가 쓰다가 버릴 나무 팔레트를 우리 닭장 앞으로 가져와 받아 두었는데, 별로 좋은 물건은 아니지만, 다니엘 수녀님과 비아 수녀님이 이것을 자로 재고 톱으로 잘라 요긴하게 재활용을 하였다. 이럴 때 조수는 늘 다니엘 수녀님 몫이다. 비아 수녀님은 닭들의 클리닉도 마련했는데, 한꺼번에 백봉 오골계 열아홉 마리를 입양하는 바람에 클리닉이 백봉이의 주택이 되었다.
얼마 전까지 닭들이 모이를 먹는 장소의 지붕이 헌 함석으로 만든 것이라 비만 오면 줄줄 새 닭들이 먹이를 먹을 때마다 비에 흠씬 젖곤 했다. 비에 젖은 닭들은 면역이 떨어져 쉽게 병이 나 죽는다. 바오로 회장님이 지붕 위에 올라가셔서 손수 구멍 하나하나를 실리콘으로 쏴서 막았다. 잘 수리한 지붕은 이제 멀쩡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부화기로 부화를 해서 병아리들이 많이 늘어났다. 닭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머지않아 횃대를 더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닭이 횃대에 오를 때는 태어난 순으로 자리를 잡는다. 같은 대열에 끼어야 잠자리도 쉽게 잡을 수 있다. 횃대에 사용될 목재도 찾아보아야 한다. 집안을 잘 뒤지면 어디엔가 전에 쓰다가 둔 물건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도 어찌 되겠지 싶다. 이곳의 모토(motto)는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이다. 그래서 무엇이 필요하면 집안을 뱅뱅 돌며 쓸만한 물건을 찾는데, 그런 일을 생각해 내는 것이면 비아 수녀님의 구미가 바짝 당기는 것 같다. 참으로 우리 닭장은 ‘생태 닭장’이라 불릴 만하다.
최명순 수녀(필립네리, 예수성심시녀회, 진동 요셉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