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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은범이네 사랑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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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 합강정에서 내린천을 따라 거슬러올라가다 몇구비 골짜기를 지나면 은범이가 살고 있는 집이 나온다.
 은범이는 현리 골짜기 외딴 집에서 일흔이 넘은 노모와 동생 은하를 데리고 산다. 늙고 병든 엄마는 자립능력이 없는 두 아들 때문에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것 같다. 움막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은범이와 은하를 처음 만났을 때 내 가슴 속에 퍼진 기쁨과 입가에 번지던 미소를 잊을 수 없다.
 지금 생각하면 그 기쁨과 미소의 신비는 원통수도원 뒷동산 누추한 염소우리에서 태어난 두 마리 염소 새끼를 볼 때 느꼈던 감정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잘 돌봐주지 못한 까닭에 일곱 마리 염소 중 네 마리가 죽고 암컷 세 마리만 남았다. 영양실조와 병색으로 초췌한 모습이 늘 안쓰럽던 가운데 암컷 한 마리가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두 마리 귀염둥이는 수도원 온 식구의 기쁨이었다.

 은범이와 은하는 태어나면서부터 사람들과 떨어져 살아왔기 때문에 사람을 보면 피하고 말을 하지 않는다. 가까이 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이 은범이 가정에 사랑의 기적 이 일어났다. 은범이와 은하가 말을 하기 시작하고 누추한 움막이 밝고 따뜻한 집으로 변했다. 재가복지팀장 사랑의 마음과 손길 때문이다. 팀장은 벌써 3년간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은범이네 식구가 된다. 이 날이면 은범이와 은하는 설레는 가슴 안고 팀장 누나를 맞을 준비를 하고 기다린다. 문구멍으로 내다보며 하염없이 기다리던 은하가 누나 차를 발견하고 총알같이 문을 박차고 뛰쳐나온다.

 90도로 연신 꾸벅꾸벅 절을 하면서 누나를 맞이하며 손을 꼭 잡는다. 형 은범이는 누나 손등에 뽀뽀하기를 좋아한다. 서른 여덟 노총각이라 조금은 징그럽지만 누나는 행복하다. 오늘은 뽀뽀를 하던 은범이가 누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민망해 한다. 미안해요. 코가 묻었어요. 제가 닦아 드릴께요.

 사람만 보면 피해 달아나는 은범이와 은하. 사람들 눈에 그들 삶은 맑지도 향기롭지도 못하게 비칠지 모른다. 그러나 팀장 눈에 그들 삶은 맑고 향기로워 보인다. 예수님을 통해 보는 이 눈이 은범이네에 사랑의 기적을 낳는다. 오늘도 그들은 팀장 손을 꼭 잡고 곁을 떠나지 않는다. 팀장은 은범이와 은하의 사랑과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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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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