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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펀치볼 말딩 삼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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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현리에 위치한 해안공소. 해안면은 칵테일을 만들때 쓰는 대접처럼 생겼다 하여 일명 펀치볼 이라 불린다.

해안공소 입구에 서서 정면으로 보면 금강산을 지척에 둔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이 보인다. 왼쪽으로는 가칠봉이 있다. 한 때 미스코리아 수영복 심사를 하던 곳이다. 북한 인민군들을 유혹하기 위해서. DMZ 북쪽에서는 남한 병사들을 유혹하기 위해 인민 여군들이 남쪽을 향한 계곡에서 목욕을 하곤 한단다.

펀치볼 사람들은 대암산 넓은 사면에서 대규모 고랭지 채소와 과수 농사로 살아간다. 말딩 삼촌 이라 불리는 말딩 형제는 이곳 토박이로 식당을 운영한다. 지난 8월부터 삼촌의 심사가 편치 않은 모양이다. 불만과 화가 가득 차 있다.

성당에도 나오지 않고 하루가 멀다하고 부부 싸움을 한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자 공소 신자들의 우려도 높아졌다. 이제 더 이상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다.

지난 토요일 밤에 말딩 삼촌집을 덮쳐 먼저 삼촌을 원통수도원으로 호송해 왔다. 소주 한병 앞에 놓고 강냉이를 안주 삼아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울분과 화를 모두 털어 놓게 했다. 내일 아침에는 내가 얘기할 차례이니 오늘 밤에는 혼자 얘기하라고 했다.

수도원 침묵 취침시간까지 무려 다섯 시간을 흥분 속에서 열을 올린다. 서러운 감정에 북받쳐 울먹이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온갖 상처와 한으로 삶이 얼룩져 있다. 너무나 간절하고 진솔한 사연이기에 나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든다. 같이 흥분하기도 하면서 한풀이와 화해의 장면에는 박수도 쳤다.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해 드리고 새벽 6시 수도원 성무일도 시간에 함께 아침기도를 드렸다. 아침 식사 후에 차를 마시면서 지난 밤에 펀치볼 말딩 삼촌 이란 영화(?) 한편을 본 감동과 소감을 나누었다. 그냥 이 영화에서 예수님의 역할이 무엇인지 일깨워드렸다. 삼촌의 편안해진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화가 사라졌다. 삼촌은 고해성사를 보고 수도원 아침미사에 함께 참석했다. 예수님 안에서 희망찬 내일을 찾는 삼촌 모습은 다시 밝고 아름다워 보였다.

삼촌의 부인인 말다 자매는 며칠후에 수도원에 잡혀와서(?) 삼촌과 같은 과정을 밟았다. 다시 맑고 향기로워진 부인 말다의 손을 잡고 수도원 문을 나서는 삼촌의 발걸음이 힘차 보인다.

약간 염려스러우면서도 희망에 찬 이들을 보면서 태초에 아담과 화와가 낙원의 문을 나서 세상에 들어서는 말씀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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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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