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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 창작 오페라 ‘길 위의 천국’ 박영희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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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업 신부님에 대해 알면 알수록, 놓는 법을 배울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져요. 그러면 삶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박영희 작곡가(소피아·76)는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 창작 오페라 ‘길 위의 천국’ 초연을 앞두고 이같이 밝혔다. ‘길 위의 천국’은 11월 13~14일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대중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작곡에 매진하던 박 작곡가는 2005년 우연히 최양업 신부의 서한집을 읽게 되면서 작품 활동의 전환점을 맞았다. 싸우고 죄 짓는 그리스 신화 내용에 지쳐있던 그에게 최양업 신부의 서한집은 한줄기 빛과 같았다.

“서한집을 읽을 때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신부님의 깊은 믿음에 감동 받았습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신앙적인 부분을 넘어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 분입니다. 신분제 사회에서 평등을 외쳤고, 사향가를 통해 국문학을 알렸습니다. 오르간을 들여오며 서양음악을 우리나라에 전했고, 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을 정화하는 기술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시대의 천재적인 분이 사회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부끄러운 마음마저 들었어요.”

박 작곡가는 서한집을 접한 후 곧바로 최양업 신부를 주제로 한 오페라 작곡에 돌입했다. 작품 구상에만 10년이 걸렸다. ‘길 위의 천국’ 공연 프로젝트 준비 기간만도 4년이 소요됐다. 그중 2년간은 작곡에만 온 힘을 쏟았다. 10년 전에는 파킨슨병에 걸려 육체적 고통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그는 “온갖 고난에도 아무런 탓을 하지 않은 신부님을 생각하며 힘을 냈다”면서 “오직 그분의 사랑을 사람들에게 닿게 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10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친언니 권유로 음악 세계에 발을 디딘 박 작곡가는 그때 벌써 아버지를 생각하며 직접 지은 시에 음을 입히며 작곡을 시작했다. 이후로도 작곡가의 꿈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고, 서울대에 입학해 장학생으로 1974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재학 중이었지만 전문 작곡가로도 위촉됐고, 1977년에는 국제 콩쿠르 대회에서 1등을 했다. 이후 세계적인 작곡가로 우뚝 선 그에겐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1980년에는 현대 작곡가들의 꿈의 무대인 독일 도나우에싱겐 현대음악제에 여성 최초로 초청을 받았다. 1994년에는 동양인 여성 작곡가 최초로 독일 브레멘 국립예술대학교 작곡과 주임교수로 임명, 이후 부총장까지 역임했다. 지난해에는 여성 최초이자 외국인 최초로 독일 예술계 최고 권위의 ‘베를린 예술대상’을 받았다.

박 작곡가는 이번 오페라를 두고 ‘민초들이 주인공인 오케스트라’라고 정의했다. 모든 악기들이 동시에 웅장한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여러 작은 악기들이 모여 하모니를 이루는 새로운 형식의 오케스트라라는 설명이다.

“모든 민초들이 삶의 주역입니다. 웅장함보다 섬세함에 중점을 뒀습니다. 이런 접근도 성경에서 배운 것이죠. 최양업 신부님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은 공연을 꼭 보셨으면 해요. 자신을 내려놓고 이웃을 사랑하는 신부님을 알고 나면 인생이 정말 행복해지거든요.”

‘길 위의 천국’은 청주 초연 이후 20~21일 서울 예술의전당, 23일 광주 빛고을문화회관에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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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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