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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실 수녀 |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사고의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생존여성, 유족 그리고 법조인과의 만남을 준비할 때입니다. 희생된 성매매 피해여성의 유족이 살고 있는 경상북도에서 유족을 만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적 모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하여 문의하는 곳마다 장소를 내줄 수 없다는 응답에 정말 난처했습니다.
화재사고로 딸을 잃고, 동료를 잃고, 여전히 화마의 후유증으로 온전한 일상을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할 자리도 없다는 것이 서글펐습니다. 마치 길 위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주님의 집을 두드렸습니다. 성당을 검색하여 전화를 드렸더니 주임 신부님께서도 코로나 확산에 대한 우려를 마찬가지로 갖고 계셨지만 모임 장소를 내어 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길에서 만난 새로운 이웃에게 인사를 건네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마리아인이 강도를 만난 사람을 여관으로 데려다 준 것처럼 온통 삶의 무게에 짓눌려 지쳐서 몸을 가누지 못할 때에 저희도 그런 착한 사마리아인을 만나 여관으로 안내된 것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신부님께서는 교육관을 통째로 내어주시고 먹을거리까지도 준비하셔서 마치 잔칫상처럼 정갈한 식탁을 차려놓으셨습니다. 저희는 정말 송구할 따름이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여관은 사랑과 배려로 가득하였습니다. 신부님은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 이 사람이 청한 것 너머 살펴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계셨습니다. “누가 네 이웃이냐?” 예수님께서는 매사 삶의 길라잡이처럼 우리에게 이 질문을 던지십니다. 우리도 다른 이를 만날 때 그런 쉼을 주라고 주님께서는 초대하십니다.
길 위에 서 있던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사고의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너그러운 마음으로 여관 문을 열어주신 신부님을 통하여 약자들의 여정을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홍성실 수녀(루치아,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