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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서 하느님 현존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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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한국에 진출 원산에 수녀원을 세우고 북한 지역 선교활동에 헌신했던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현재 대구에 자리잡고 있는 이 수녀원에서 1월28일 뜻깊은 행사가 마련됐다. 북한에 들어선 공산정권 압제로 1949년 수녀원이 강제 폐쇄되면서 죽음의 수용소 옥사독(평안북도 강계) 에 감금된 서양인 수녀들이 4년 6개월의 고통을 끝으로 54년 본국으로 송환된 지 50돌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김수환 추기경 교황대사 조반니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 등 각계 인사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문희(대구대교구장) 대주교 집전 기념미사로 절정을 이룬 이번 행사는 수용소 생활을 생생히 보여주는 사진 유물 전시회(1월7~31일) 수용소에서 겪은 고통과 하느님 체험을 시로 남긴 겔트루드 링크 수녀(당시 원산 수녀원장)의 시집 연구 발표 및 문화공연(1월27일) 등으로 꾸며졌다.
 당시 옥사독에는 덕원·만주 연길 수도원(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전신)에서 선교활동 중이던 독일인 신부와 수사 39명 포교 베네딕도회 원산 수녀원 수녀 20명이 수용됐다.
인간 이하 취급을 받는 중노동 굶주림 정신적 학대와 모욕을 견디다 못해 이들 중 17명은 수용소에서 사망했고 나머지(수사 24명 수녀 18명)는 54년 본국 독일로 돌아갔다. 하지만 대부분은 한국 왜관과 대구에서 베네딕도회가 재건됐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랑을 실천했다. 현재 생존자는 대구 수녀원에 있는 까리따스 호펜지츠(91 한국명 허애덕)·벨트비나 케사르(90) 수녀 단 두명뿐.
 수녀회는 기념미사 봉헌예절 때 두 수녀를 비롯해 본국 송환 후 다시 한국에 들어와 죽을 때까지 선교사 사명을 다한 수도자 42명과 옥사독에서 사명한 수도자 17명을 위해 장미꽃을 제단에 봉헌 선배 수도자들의 삶과 정신을 기렸다.
 하지만 이 행사는 공산정권의 잔혹함을 되새기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분단 현실을 함께 아파하며 민족화해와 일치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설까. 생존자 두 수녀는 수용소 생활이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우리를 핍박한 이들을 미워한 적은 없었고 오히려 하느님의 현존을 깊이 체험한 은총의 시간이었다 고 회상하면서 후배 수도자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복음선교 사명에 더욱 충실해 달라 고 부탁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죽음의 고통을 당한 시기를 형제적 사랑 그리스도 사랑을 깊이 나눈 생애 중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고 말하는 두분 수녀님께 큰 감명을 받았다 면서 한없는 용서와 사랑만이 우리 사회 갈라진 남북이 하나되고 평화를 누리는 비결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우리 모두 화해와 일치의 사도가 되자 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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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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