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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사순 제2주일- “얘야, 너는 참 나를 닮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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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승수 신부



이형기의 시 ‘낙화(落花)’ 중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시의 화자는 온갖 세속적인 욕심과 집착을 떨쳐버리고 ‘떠나야 할 때’에는 떠나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떠남 때문에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그 순간은 사라지겠지만, 그 사라짐을 통해 소중하고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될 것을 알기에 기쁘게 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말씀은 그 ‘떠남’이 주제입니다. 제1독서인 창세기는 아브람의 떠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느님의 약속을 믿고 그분의 인도하심에 따라 자신이 평생 살아온 터전을 떠나왔던 그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런 아브람에게 주변의 비옥하고 넓은 땅을 주시고 그의 자손이 하늘의 별들처럼 많이 번성하도록 은총을 베풀어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당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는 굳은 믿음으로,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포기하고 불확실성과 두려움이 가득한 미지의 땅으로 기꺼이 떠났던 그의 순명을 ‘의롭다’고 인정해주시고 합당한 선물을 베풀어 주신 것이지요. 여기서 ‘믿다’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는 원래 ‘그렇게 생각하다’, ‘확신하다’, ‘전적으로 의지하다’라는 뜻입니다. 아브람이 기꺼이 떠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당신 약속을 반드시 이루시리라는 굳은 확신을 가지고 그분께 전적으로 의지했기에 가능했던 일임을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한편,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떠남’이 모세와 엘리야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언급됩니다. 그들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세상을 떠나실 일”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여기서 ‘떠나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는 ‘엑소더스’(Exodus)입니다. 구약성경 탈출기의 영어식 제목이기도 한 이 단어는 ‘탈출’, ‘해방’을 의미합니다. 즉 예수님께서 당신의 세상을 떠나시는 일이 멸망이나 끝이 아니라, 구속으로부터 해방되고, 억압으로부터 탈출해 참된 생명의 세상으로 건너가는 파스카 여정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구약시대에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떠남으로써 억압에서 해방되어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본모습을 되찾고 자유와 기쁨을 온전히 누리며 살게 되었듯이, 예수님께서도 세상을 떠나심으로써 당신께서 지상에 계실 때에는 감추어져 있던 본모습을 되찾고 당신 영광을 온전히 드러내시리라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세 제자 앞에서 거룩하게 변모하신 것은 그 영광을 맛보기로 미리 보여주시기 위함입니다. 제자들은 잠시 맛보았던 예수님의 참된 영광과 거룩함에서 힘을 얻어 예수님을 따르는 과정에서 겪게 될 고통과 시련, 두려움과 절망, 부당한 대우와 박해가 아무리 크더라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이겨낼 것입니다. 또한 이 지상의 순례 여정 동안 주님을 닮은 거룩한 모습으로 변화되기 위해 노력하게 되겠지요. 주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그분처럼 변화할 것이며, 우리는 이 세상에서 이미 그 변화의 과정 중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만물을 당신께 복종시키실 수도 있는 그 권능으로,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필리 3, 21)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변화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님의 말씀과 뜻을 잘 듣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주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며 살면 좋겠습니다. 세상 종말의 순간 주님 앞에 섰을 때, “얘야, 너는 참 날 닮았구나, 날 닮은 모습으로 정말 열심히 잘 살았구나”하는 칭찬을 들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자 영광일 것입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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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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