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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안에서 열리는 문

차갑부 시인(토마스 아퀴나스, 서울 발산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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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헤겔(Hegel)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안쪽에만 달려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는 마음의 문은 남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여는 것이라는 말이다. 다른 사람이 당신의 마음의 문을 아무리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음의 주인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누구도 남의 마음에 들어가지 못한다.

만일 당신이 언젠가 받은 마음의 상처와 원망, 미움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면 그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 상처를 준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상처를 받은 사람이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열어주지 않으면 열 수가 없다.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에게 아무리 문을 열어 달라고 외쳐봤자 시간 낭비요 정력의 소모일 뿐이다.

필자는 재직 중에 별난 일을 경험했다. 난데없이 날아온 한 학생의 이메일이 나를 당황하게 했다. 성적에 대해 불만하는 글이 학생으로서의 도를 넘었다.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성적을 처리했는데, 이성을 잃은 듯한 학생의 글이 나를 슬프게 했다. 확인했으나 오류는 없었다. 화가 치밀었을 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 상실감마저 들었다. 반성 없이 떠난 그를 내 기억에서 지웠지만, 그의 행위에 대해서는 용서할 수 없었다. 많은 혜택을 받고 직장에 들어갔고, 40에 가까운 나이에 ‘산업체 위탁교육’이라는 제도에 의해 다른 학생들이 거치는 입시도 없이 대학에 들어와 은혜의 마음을 가져야 할 텐데 오히려 노력 없는 보상까지 요구하니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그것이 바로 용서다. 루카복음(17,4)에는 “그가 너에게 하루에도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돌아와 ‘회개합니다’ 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라고 하여 조건부 용서에 대해 말하고 있다. 무조건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회개’가 있고 난 후에 용서하라는 것이다. ‘돌아온 탕자’ 역시 그간의 잘못에 대해 회개함으로써 아버지는 자식을 용서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서로 헐뜯고 잘못을 남에게 돌리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내로남불의 극치를 걷는 사람들, 잘못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뻔뻔한 사람들에게는 용서보다 회개가 먼저다. 용서는 선한 일이지만, 회개 없는 용서는 선을 해친다. 진정한 회개와 용서를 통한 상생의 길을 열어가라는 것이 하느님의 명령이다.



※독자마당 원고를 기다립니다. 원고지 5매 분량입니다. pbc21@cpbc.co.kr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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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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