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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사오정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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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요리 안 가르쳐줘요?

 원통 수도원 식당. 점심식사 자리에서 동네 이장 딸 재은이가 느닷없이 묻는다. 웬 요리? 식구들 모두가 어리둥절해 한다. 아~하 알았다. 식구들의 폭소가 터진다. 이틀 전 재은이에게 한 말을 모두 기억한 것이다.

  재은아 교리 배워서 세례 받을래? 재은이가 대답없이 싱긋 웃는다.

  어느 신부님한테 교리 배울래? 요셉 신부님요 재은이 세례명은 무엇이 좋을까? 요셉피나요.

 식구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응답한 사실이 기억난다.

 신자가 아닌 스물세살 재은이는 그때 교리 를 요리 로 알아들은 것이다. 그래서 요리도 잘 하는데다 자기가 사모하는 요셉 신부를 찍은 것인데 요셉 신부가 도대체 요리를 가르쳐 줄 낌새가 없으니 신부님 요리 안 가르쳐줘요? 라고 항의한 것이다. 동네 이장 딸 재은이는 스물세살 아가씨로 별명은 사오정 이다.
 원통 수도원은 강원도 인제군 원통의 한 자그마하나 아름다운 폐분교에 위치한 선교공동체다. 이 선교공동체를 중심으로 무의탁 독거 노인들 장애우들 결손가정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재가복지센터 그리고 해안과 천도리 두 곳 선교공소를 운영하며 인제군 복음화를 위해 선교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필자를 포함해 글라렛선교수도회 수사신부 3명이 선교봉사자들과 함께 폐분교 수도원에 살면서 공소 신자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 지역에 하느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우리 동네 이장 딸 재은이는 자원봉사자들 중 한 사람이지만 아침식사부터 저녁식사까지 우리와 함께 하면서 거의 수도원에 살다시피 한다. 사오정 재은이의 주 관심사는 봉사라기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신부들을 지키는(?) 것이다. 혹시나 다른 여자들이 채가지나 않을까 염려하면서.
 재은이의 사랑을 받는 신부들은 그 사랑의 힘으로 무척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 재은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신부의 말이라면 하느님 말씀처럼 따르니 말이다. 아침이면 엄마 몰래 요구르트를 가져다 살짝 수저 옆에다 놓고는 딴청을 부린다. 매일 예쁜 글씨로 성서필사를 해서 사인을 받으려고 좋아하는 신부를 쫓아다닌다. 그리고 재은이의 사랑받는 신부는 기쁨(?)의 비명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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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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