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음력 초사흘. 하늘이 맑으니, 메모해 놓고 기다려 초승달을 보자. 1년이 열두 달이니 초승달이 열두 번인데, 그중 몇 번을 보나? 구름 끼거나 눈비 오거나 어쩌다 보면, 놓친다. 초승달은 그래도 보는데, 그믐달은 어떠한가. 새벽하늘에서 그믐달이 보이는 위치에 살아본 일이 있다. 일찍 일어나 동트는 푸른 하늘에서 그 예쁜 새벽달을 볼 수 있을 때, 그런 날 나는 기뻐서 상 받은 어린이처럼 발 동동 구르고 싶었다.
시인 이정록은 “달은 윙크 한 번 하는 데 한 달이 걸린다”(더딘 사랑)고 했다. 그분의 관찰, 자연과의 친교가 좋다. 나처럼 초승달 그믐달 바라기이실까. 한편, 어느 유명 시인이 “그믐달이 걸린 새까만 서녘 하늘”이라고 쓴 글을 보고 기가 딱 막혔다. 그분은 겸손하게 이를 수정하겠다고 말씀했다. 그래도 나는 그의 글에 신뢰가 되찾아지지 않았다. 순진무구한 어린이, 새봄의 자랑스런 푸른 싹의 “인권”이라도 짓밟혔음 직하여 섭섭했다.
섬이 외로워 보이는 건
하루 종일 육지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육지만 바라보느라
자신의 품에서도 꽃이 피고 새가 울고
물이 흐른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작가 미상)
사랑하면 꽃도 새도 별도 친구가 되고, 소박한 사람들의 인정과 함께 현재의 소중함이 보인다. 열린 마음에 하느님 은총으로 총총 박힌 나날이 들어온다. 섬이 아닌, 우주의 일부임에 족한, 귀한 생명의 한 자락에서 하느님을 찬미하고 싶다.
주디 카나토의 “경이로움”을 다시 읽는다. 인간이 우주와 하나임을 주장하는 발전된 진화론이다. 이제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아닌, 호모 우니베르살리스(Homo Universalis)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빅뱅 이후 물질에서 생물이 생성되고 이어서 자신을 의식하는 인간이 진화한 이제, 인간은 우주를 대변해 줄 존재사명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자연을 보호만 해야 하는 차원을 그래서 넘어서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어렴풋한 깨달음을 얻는다.
※독자마당 원고를 기다립니다. 원고지 5매 분량입니다. pbc21@cpbc.co.kr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