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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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16주일, 농민 주일 -각자 선택한 ‘좋은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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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면서 해야 할 가장 소중한 일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게 있고, 그것을 먼저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그 일을 자꾸만 미루다가 후회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마르타도 그런 모습입니다. 그녀는 예수님을 자기 집에 모시고도 그분과 얼굴을 마주하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합니다. 예수님을 주님이 아니라 ‘손님’으로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말씀을 듣고 따르는 ‘제자’가 되지 못하고 그분을 대접하는 ‘집주인’으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그랬기에 앞에 계신 주님과 함께해야 할 정말 소중한 일을 나중으로 미룹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분주하게 하는 ‘부수적인’ 일들을 도와주지 않는다며 동생을 비난하고, 그런 동생을 보고만 계시는 예수님을 원망합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게 무엇인지 그분 마음을 헤아리고 그분 뜻을 따르기 위해 자기 삶의 방향을 바꿔야 하는데, 오히려 주님께서 자기 뜻을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는 형국입니다. 그 집의 주인은 자신이지만 자기 삶의 주인은 예수님이셔야 합니다. 그러니 마르타가 보여주는 모습은 ‘주’와 ‘객’이 뒤바뀐 모습으로 즉시 바로잡아야 할 ‘잘못’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런 마르타를 비난하거나 단죄하지 않으십니다. 지나치게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느라 정말 중요한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그녀를 안타깝게 여기실 뿐입니다.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녀의 진심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지향’이라도 그것이 남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려는 내면의 ‘욕망’과 결합하면 적정선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내 안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시간과 물질과 일손이 더 필요합니다. 그렇게 욕망에 휘둘려 ‘폭주’하는 사이 처음에 품었던 좋은 지향은 목적을 잃게 됩니다. 무엇이 문제이며 그것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를 알지 못한 채, 상황을 망쳐버린 탓을 남에게 돌리고 비난하고 원망하게 되는 겁니다. 마음이 ‘아수라장’인데 삶이 기쁘고 행복할 수가 없지요. 그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테니 어서 빨리 건져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에게 우리 삶에 꼭 필요하고 정말 중요한 ‘한 가지’를 찾으라고 하십니다. 주님을 모시는 일로 분주하게 움직인 것은 별문제가 아니지만, 그 일 자체에 마음이 빼앗겨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서 마음이 멀어진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됩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 ‘한 가지’, 우리 삶에 꼭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그 본질적 요소는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찾고 만나는 일입니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그분을 사랑과 정성으로 섬기는 일입니다. 그분을 ‘어떻게’ 사랑할지 그 방식은 서로 다른 게 당연하니, 남이 주님을 사랑하는 방식을 두고 나와 비교하며 ‘옳고 그름’을 따질 이유도 없습니다. 각자가 지닌 고유한 ‘사랑의 소명’을 서로 존중하며, 나에게 꼭 필요한 그 ‘한 가지’에만 몰두하면 되는 것이지요.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는 말씀은 마르타가 택한 몫을 평가절하하시는 게 아닙니다. 예수님께는 마리아도 마르타도 소중하고 귀한 존재입니다. 그러니 마르타도 마리아의 방식을 두고 ‘저것은 잘못되었다’고 비난하거나, 자기 방식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자기 고집과 편견을 앞세워 마리아가 택한 좋은 몫을 빼앗는 폭력이며,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일이 절대 아닙니다. 예수님의 시중을 들기로 스스로 결정했다면, 다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신경 쓰거나 관여하지 말고 자기가 택한 몫만으로 만족하며 기뻐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좋아서 택한 몫을 주님께서도 함께 좋아해 주시고 기뻐해 주십니다. 그렇게 주님과 내가 ‘한마음’이 될 때 삶의 참된 행복이 내 것이 됩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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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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