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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한국 교회는 경청할 수 있을까

권 베드로(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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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회 기관에서 일했었다. 비록 일한 기간은 14년 정도였지만, 28살부터 42살까지 있었으니 내 20대, 30대, 40대를 교회에서 일하며 보낸 셈이다. 이제는 일반 언론사에서 근무하며 미사 참여만 하고 있다.

세계주교시노드 주제가 하느님 백성 전체로서 성령께서 교회에 무엇을 말씀하고 계시는지 경청하는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과연 한국 교회가 이를 실현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었다.

경험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지만, 여러 경험이 동시에 반복적이면 진실이 된다. 교회에서 수백 명의 평신도를 인터뷰하며 알게 된 진실은 교회 내에서 평신도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교회 기관에서 일하는 평신도들은 푸념하며 때로는 화나서 나에게 말했다. 정말 한 명도 예외가 없었다. 그들은 때로는 “그냥 시키는 일만 할 뿐이다. 특히 상사인 사제와 수도자에게 교회 발전을 위해 직언을 했다간 찍혀서 오래 못 다닌다. 난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 그냥 입 닫고 다닐 뿐이다.”

비참한 현실이다. 하느님의 백성인 그들의 입에서 수시로 이런 말이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가혹할 정도다. 사제와 수도자들은 과연 이런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아니면 알더라도 사명감이 부족하다고 아니면 신앙심이 부족해서라고 치부하며 그냥 넘겨버리는 것일까.

내 8대조 할어버지는 권상연 야고보 복자시다. 그런데 나는 지난해 교회 직장을 떠났다. 나에게 하소연하던 평신도들처럼 같은 이유였다.

하지만 애정까지 떠내 보낸 건 아닌 것 같다. 경청이란 단어를 봤을 때 이젠 달라질 수 있을까 기대를 거니 말이다.

혹 수도자와 사제가 이 글을 읽는다면, 지금 어떤 생각이 드는가? 몇몇 일부를 확대해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거봐라. 내가 처음에 말하지 않았나. 경청이란 주제를 아직 한국 교회는 실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한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 고민을 털어놓은 나에게 그 선배는 말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거야. 한국 교회가 변하려면 유럽 교회처럼 신자들이 없어질 때 가능할 거야. 그전에는 힘들 거 같아.”

그런 결말이 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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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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