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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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2주일 - 기쁨의 잔치에 초대받은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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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 나타나는 바리사이 지도자들은 자신을 높이고 드러내려고만 합니다. 그들의 관심은 자신이 초대받은 잔치 그 자체보다는 ‘자리’와 ‘대우’에만 쏠려 있습니다. 잔치에 초대받았다면 그 잔치를 베푼 주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게 먼저입니다. 또한, 주인이 그 잔치를 베푸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잘 헤아려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러나 바리사이들은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어떻게 하면 자신이 더 돋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에만, 주인이 자신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귀한 사람으로 ‘대우’하는지에만 주의를 기울인 것입니다.

이처럼 ‘자리’에 집착하는 사람,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에 신경 쓰는 사람은 보통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기가 앉는 ‘자리’가 곧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기에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 자리에 앉으면 자신이 별 볼 일 없는 하찮은 존재가 되었다고 여겨 마음이 무너지는 겁니다. 그러나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는 귀한 존재이며, 그 누구도 대신하거나 침해할 수 없는 고유한 품격을 지녔음을 분명하게 자각하는 이들은 겉으로 비치는 모습이나 타인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거기 앉는 사람이 그 자리까지 빛나게 만들 수 있음을 알기에, 자신이 머무르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가장 좋은 결실을 얻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예수님께서는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하십니다. 가장 구석지고 볼품없는 자리에 앉더라도 그 주위를 밝게 만드는 등불 같은 존재가 되라는 뜻입니다. 또한,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바라보라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인간은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의 잔치에 초대받은 ‘손님’의 입장입니다. 즉, 우리가 삶이라는 잔치에서 어떤 ‘자리’에 앉을지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뜻과 계획에 따라 결정하신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내가 더 좋아 보이는 자리에 앉겠다고 욕심내고 집착하며 고집부릴 게 아니라, 잔치를 준비하신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따라야겠지요. 사실 부족하고 결점투성이인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죄를 지어 하느님을 실망시키고 마음 아프게 해드리는 우리가, 그분께서 베푸시는 은총의 잔치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성은이 망극한’ 일입니다. 주인이신 하느님보다 손님인 나를 더 높이려고 하고, 하느님께 은총과 사랑을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며,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교만과 고집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분께서 베푸시는 기쁨의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이기에 ‘세상의 자리’에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그게 전부라고 여기며 목을 매는 것들에 흔들리지 않는 담대함이 우리에게 주어진 특별한 선물입니다. 재물에 기대려는 마음 때문에 생기는 불안함과 성급함이 만드는 조바심, 원하는 걸 더 많이 얻으려고 전전긍긍하는 구차함이 일상이 된 이들은 아무리 지체 높은 자리에 앉아 부귀영화를 누려도 그 안에서 참된 행복을 느끼지 못합니다. 언제 그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그 자리를 빼앗기면 내 인생도 끝이라는 두려움으로 좌불안석이 되는 겁니다. 그에 비해 가난하고 내세울 것 없어도, 다른 이들로부터 모욕과 무시를 당해도, 나는 하느님께서 소중한 생명과 고유한 소명을 주신 특별한 존재임을 믿고 사는 이들은 자기 삶의 참된 주인으로서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 안에서 자신을 낮춘 이들이 그분 은총에 힘입어 더 높은 차원의 기쁨을 누리는 것, 그것이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다스리시는 ‘사랑의 섭리’입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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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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