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제 베드로(원주교구 대화본당)
살면서 사람들이 웬수이고 사람들이 축복이라는 걸 많이 느낍니다. 학교생활이든 직장생활이든 가족 관계든 결국 사람 관계의 부딪힘이 가장 큰 원인일 겁니다. 그 부딪힘, 갈등을 현명하게 헤쳐나가지 못하면 올바른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참 약한 존재이거든요. 흔들리고 휘청거릴 때마다 아주 굳건하고 효과 좋은 말씀의 약이 가까이 있는데도 나보다 더 흔들리고 휘청거리는 사람을 찾아가 구원의 손길을 청하는 게 사람입니다. 우리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다가갔는데 오히려 사람에게 상처를 받습니다. 그 상처가 너무 아파 매일 사람들 뒷담화 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다 허비합니다.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을 욕하면 결국 그 욕은 내 귀에만 크게 들리지 그 사람에게는 도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뒷담화는 술안주만큼 맛있다며 멈추지를 않습니다.
어느 날, 마르코 복음을 공부하다가 예수님의 옷자락을 붙잡은 어느 여인의 간절함에 계속 마음이 머물렀습니다. ‘나는 과연 저 여인처럼 간절하게 주님을 찾았던가?’ 전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글자에만 머물렀고, 그냥 의무적으로 묵주기도를 했습니다. 주님이 가르쳐주신 그 좋은 기도가 내 흔들리는 영혼에 얼마나 큰 위로와 구원이 되는지를 제대로 맛보거나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냥 글이었고 그냥 기도문이었습니다. 결국, 익으면 터진다고 했나 봅니다. 저는 그런 깨달음 없이 성경 필사를 하고 묵주 기도를 하고 성경 공부를 했는데 어느 시점에서 익어 가다가 깨달음이 터졌습니다. ‘아, 나의 신앙에는 주님의 옷자락을 붙잡는 간절함이 부족했구나.’ 그 뼈저린 반성이 고해하듯 제 영혼 속에서 용암처럼 터져 나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주님과 성모님을 바라보며 기도를 올립니다. 오늘 하루도 주님의 말씀 속에서 흔들림 없이 감사하며, 겸손하게 살 수 있도록 기도를 올립니다. 남보다 조금 더 안다고 지식의 오만한 칼질을 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기도드립니다. 남보다 조금 더 가졌다고 우쭐하지 않도록, 당장 내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가져가실 수 있는 주님을 향해 기도드립니다. 구약에는 너무나 완고했던 이스라엘 사람들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너무나 완고해서 벌을 주었는데 말을 잘 안 듣습니다. 2022년을 사는 우리도 지독히 완고합니다. 인간의 지식으로 주님의 말씀을 걸러서 받아들이고 그걸 조금 안다고 오만해집니다. 영성의 깨달음은 가르치는 게 아닌데 그걸 또 누군가에게 가르치려고 합니다. 이런 무지몽매함을 저부터 반성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성경 속에서 고쳐가고 있습니다. 그게 하느님이 보시기에 참 좋은 삶일 것 같아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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