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독자마당] 슬기로운 감빵(수도원)생활

마리 파울리타 수녀(노틀담 수녀회)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2017년에 방영된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시청하였다. 수도 생활 30년이 넘었지만, 공동체 생활의 긴장과 관계 안에서 오는 어려움을 여전히 겪고 있기에, 이 드라마를 통해 ‘슬기로움’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었다. 감빵이라는 두려운 세계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수도원도 일반인에게 제한된 특수 세상이기에 공통분모가 있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내용은 여동생 강간범을 살해하여 감옥에 간 야구계의 슈퍼스타 김제혁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스토리인데, 주인공과 한방에서 생활하게 된 죄수 6인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가장 감동했던 것은 주인공의 죄수 공동체가 내가 바라던 사랑의 공동체라는 것이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삼위(성부, 성자, 성령)의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이 지상에서의 나의 목표인데, 그 공동체가 그런 모습을 닮았다는 점에서 몹시 부러워지면서, 그렇지 못한 나의 모습에 부끄러워졌다. 나는 식사 당번을 한 번 더 하는 것, 또 바꾸어주는 것도 어려워하고 있고, 회원들의 부족함과 특이함을 규칙이라는 공평성으로 잘라버리고 포옹해주지 못한다는 반성이 들었다.

김제혁은 교도소 안에서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그들은 김제혁이 자신들의 감빵에 온 것을 자신들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인간의 처지로 오신 강생(육화)이 떠올랐다. 김제혁은 사랑받는 만큼 그들을 사랑한다. 특히, 같은 방 사람이 불리하거나 위험에 처할 때 자신의 능력과 재력으로 그들을 힘껏 돕는다. 그들은 가족처럼 서로를 위해주며 아웅다웅하며 살아간다. 제혁을 시기하고 돈을 뜯으려는 악인들이 그를 위협하지만, 슬기롭게 피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러나 제혁의 약점을 알고, 우회적으로 같은 방의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자, 제혁은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야구를 포기할 결심까지 하면서 그와 정면대결을 벌인다. 이때 극적으로 하늘이 도운다. 이전에 자신이 생명을 걸고 화재에서 구해준 무기수가 뜻밖에 나타나 그를 대신 폭행하며 주인공을 구해준다.

나는 주인공에게서 뛰어난 지도자의 모습과 구세주의 모습을 보았다. 스포츠맨인 그는 스포츠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감빵에서도 정의를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자신을 공격한 똘마니를 오히려 자신의 부하(자신의 공을 잡아주는 포수)로 삼는다. 제혁이 출소하면서 인사를 나눌 때, 똘마니는 평생 처음으로 사람대접을 받아보았다고 고백한다. 제혁이 출소할 때 감빵의 모든 이가 그에게 환호를 보냄은 그의 야구팬으로서가 아니라, 그의 인간됨에 보내는 박수라고 생각한다. 또 제혁이 이웃을 위해 자신의 가장 귀한 것을 버리는 모습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았다. 자신을 버림으로 극적으로 도움을 받고 살아난 장면에서는 죽음에서 승리한 부활을 맛볼 수 있었다.

주인공이 1년간의 감빵생활을 마칠 수 있었던 “슬기로움”은 그가 자기 몸을 사리며 위기를 피해간 것이 아니라, 과감히 자신을 버리고 투신함에 있었다. 마찬가지 나의 “슬기로운 수도원 생활”도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도 나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데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독자마당 원고를 기다립니다. 원고지 5매 분량입니다. pbc21@cpbc.co.kr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10-26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11. 29

이사 38장 16절
주님, 사람들은 주님 안에서 살아가고, 제 목숨은 주님께 달려 있나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