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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수 신부 |
탈시설을 입법한 C국회의원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시설의 정의가 무엇인가를 묻게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그분은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했습니다. 유럽 어느 나라의 시설도 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양로원도 시설입니다. 신학교 기숙사도 시설입니다. 군부대 숙소도 시설입니다. 인권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지만 왜 장애인 시설에서만 One strike out(중대한 인권침해가 한 번 나오면 무조건 시설 폐쇄정책)이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군부대에서 인권침해가 생기면 군부대도 해체할 것입니까?
2022년 2월 22일 책임 있는 모 정당에서 ‘장애인 탈시설을 위한 지원주택 10만 호 공급’ 협약식이 보도된 바 있습니다. 장애인, 노인, 노숙인, 청소년, 아동, 정신질환자 등이 이곳에 입소하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여기에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20개 단체가 가입되어 있습니다. 문득, 작년에 만난 C의원이 한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시설에 계신 노인도 주택에서 사는 것이 낫지요?” 이 말뜻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요양원도 없애는구나? 무려 10만 호 주택이 생기면 최소한 10집을 관리하는 주택관리 센터가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1만 개의 센터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그 외에 자기 의사표시를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은 목욕, 세탁, 식사, 병원관리를 누가 해 줄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들을 도와주는 수천 개의 센터가 더 생길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시설지원비는 국비, 도비 합쳐 약 1조가량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주택건설비만 최소 수십조, 센터 운영비까지 합하면 무려 100조 이상 예산이 들어갈 것입니다. 국가 책임제에서 민간주도형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센터 천국으로 만들려고 하는 정책을 왜 해야 하는지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일자리 창출입니까? 사업권입니까? 지능지수 30~50 정도의 발달장애인이 주택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택에서는 인권침해가 생겨도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시설은 전수조사가 되지만 주택은 전수조사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기수 신부(수원교구 둘다섯해누리 시설장,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