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승수 신부 |
고구마를 심고 수확하면서 고구마와 사랑에 빠져 연서를 적어보았다.
안녕? 사랑하는 호박고구마!
작년 가을, 밭에 묻혀 있던 너를 만나던 순간이 떠오른다. 너를 만나기 전날, 한 두둑의 네 동료들을 캐내어 먹어보니 그동안 내가 심었던 고구마들 가운데 가장 달콤하고 맛있었단다. 그리고 너를 만났지. 그날 네가 나에게 많은 선물을 해 주었던 걸 알려주고 싶구나.
우선, 너와 네 친구들이 나의 곳간에 들어와 겨우내 맛나게 구워 먹을 생각에 나의 마음은 든든했었지. 닥쳐올 긴 겨울이 전혀 두렵지 않더라. 오히려 달콤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으니 설렘이 일기도 했단다.
고구마 너는 늦은 봄, 너의 줄기가 땅에 꽂히면서 광합성을 시작했었지. 그날부터 너는 ‘햇볕’과 ‘물’과 또 이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빚어내기 시작하더라. 그리하여 네 몸도 키우고 뿌리도 뻗으면서 자라기 시작했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구온난화 저지에 적으나마 공헌을 했을 거라 생각하니 네가 참말로 자랑스럽더라. 게다가, 얼마간의 산소도 내뿜어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을 너의 존재가 보물처럼 귀하게 느껴지더구나.
뿐만 아니라, 너를 구워서 내 입에 넣는 순간 나는 온천지와 연결되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던 것 아니겠니? 내 몸으로 들어온 너로 인하여 나는 네 몸속에 녹아 있는 저 태양과 만나는 것이요. 온 천하를 휘돌았던 탄소가 내 몸에 이르게 되었고, 땅에서 뽑아 올린 맑은 물을 통해 ‘우리의 어머니’인 지구와 나를 연결해주는 고마운 존재였던 게야! 이토록 경이로운 너를 단지 혀끝의 만족을 위해 가벼이 소비만 해버렸던 배은망덕을 사과할게. 이토록 자비로운 너를 알아보지 못하고 함부로 대해 왔던 것에 대하여 모든 인류를 대신하여 용서를 청하는 바이다. 앞으로 그대를 대할 때, 온 우주와 나를 연결해 줄 감사를 표하며 더욱 맛있게 너를 만날 것을 약속하마.
강승수 신부 (대전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