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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수 신부 |
우리는 이기적이고 물질만능인 세태를 거슬러 복음의 가치를 희생과 봉사로 실천하는 ‘백색 순교자’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시대는 우리에게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녹색 순교자’로 살 것을 요청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사상 초유의 사건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앞으로 기후재난이 줄어들 것 같은가 늘어날 것 같은가’를 질문해 보면 백이면 백 명이 모두 다 늘어날 것이라는 답을 한다. 이러한 와중에 기후위기에 맞서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유기농사꾼’이다. 수십 년 동안 뿌려진 화학농약으로 인해 죽어가는 땅과 거기서 함께 시들어가는 생명들의 신음에 함께 아파하며, 그 땅과 생명을 보살피는 농민들이 있다. 이들이 대표적인 ‘녹색 순교자’이다. 이들의 처지가 초기 교회 박해상황과 많이 닮아있다.
정부 정책으로부터 도외시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깔 좋고 일정한 크기로 규격화된 생산물만 기대하는 대다수 소비자의 성향이 유기농부들에게는 박해상황이나 다름없다.
뭇 생명의 근원인 땅을 지키는 일과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의 고귀함을 알아보는 이들이 드물다. 땅이 척박해서 유기농사 짓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땅은 애정을 기울이면 반드시 풍성한 결실로 되갚아 준다. 그러나 그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회가 유기농부들을 박해하고 있다.
우리 신앙선조들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기 위하여 어렵고 불편한 상황을 감수해 내었듯이 내가 만난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은 이 시대가 자행하고 있는 박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땅 지키고 생명 살리는 일’을 주님께서 주신 소명으로 알고 ‘녹색 순교자’로 굳건하게 살고 있다.
이분들이 생산하신 농산물을 가격이나 생김새에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선택하고 소비하시는 분들이 계시니 이들도 녹색 순교자의 반열에 드는 분들이다. 이분들 역시 지구를 건강하게 하는 일에 한 축을 이루고 계시는 ‘생태사도’들이며 ‘녹색 순교자’들이다.
강승수 신부(대전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