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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대림 제4주일- 성 요셉, 이미 하늘나라를 사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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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마태 1,20)



김수환 추기경은 추천 영화로 몽골 영화 ‘칭기즈칸’을 꼽았습니다. 칭기즈칸의 어느 면이 좋았을까요? 마지막 장면에 답이 있어 보입니다. 칭기즈칸은 이웃 부족에게 빼앗긴 아내를 구해냈는데 아내는 이미 적의 아이를 잉태하고 있었습니다. 괴로워하면서도 결국 갓난아기를 하늘에 들어 올려 자기 아이로 받아들입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닐지 몰라도 다음의 자막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때부터 피에 물든 대초원에 평화가 찾아왔다.”



1. 자기 욕망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하느님의 뜻에 가깝다.

요셉은 사랑하는 약혼녀 마리아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잠자리를 같이하기 전의 일입니다. 청천벽력입니다. 요셉은 어떤 조처를 할 것인가? 마리아와 아기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19절)

요셉을 의로운 사람이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요셉의 의로움은 일단 검찰이나 권력자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법과 원칙은 아닙니다. 성경에서 의(義)는 ‘정의(justice)’와 ‘공의(righteousness)’ 두 가지로 봅니다. ‘정의’는 날카로움보다는 약자를 보호하는 태도나 행위 등과 관련이 있고, ‘공의’는 올바른 관계 안에서 합당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요셉의 의로움을 ‘정의’로 본다면 마리아를 고아나 과부처럼 약자로 보아 연민을 가졌을 것이고, ‘공의’로 본다 해도 자신의 인간적인 억울함이나 배신감을 넘어서 하느님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거취를 고민했을 것입니다. 하여튼 어느 쪽으로 보든지 조용히 파혼하려 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하느님이 개입하십니다. 그의 꿈에 천사를 보내 마리아의 잉태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라는 것입니다.

성령으로 잉태된 아이라니 어찌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어쨌든 내 핏줄이 아니라고 우길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마리아와 함께 요셉도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함께 계심’을 믿었습니다. 그는 자기 혈육을 고집하지 않았고 그런 면에서 자기 욕망을 넘어섭니다. 요셉이야말로 모든 이를 자녀로 삼으시는 하느님의 그 마음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2. 요셉 성인은 지상에서 하늘을 사신 분

지금은 대림 마지막 시기, 구세사의 무대가 열리는 여명의 순간입니다. 성모님이 구세사에서 주연 배우라면, 요셉 성인은 조연 배우입니다. 구세사의 무대에서 단 한마디 대사도 없습니다. 자기 의지로 뭔가를 하는 능동적인 역할이 없습니다. 명품 조연들이 많아야 드라마가 산다고 합니다. 주연은 한 사람이나 소수지만, 조연은 많습니다. 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모두가 주인공 역할에 안달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조연 역할을 기쁘게 하는 이가 많아야 세상이 평화로울 것 같습니다.

대림 시기에 혁혁한 주연급 조연이 둘 있습니다. 요한 세례자와 요셉 성인입니다. 예수님은 여인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가장 큰 인물로 요한 세례자를 꼽습니다. 그러면서도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크다고(마태 11,11) 말씀하십니다. 요한 세례자를 깎아내리는 말씀일까요? 아닙니다. 이미 여기서 하늘나라를 사신 분을 염두에 두신 말씀으로 들립니다. 바로 요셉 성인입니다. 지상에서는 바보처럼 사신 것처럼 보이나, 실은 하늘의 삶을 사신 것입니다.

가정의 수호자, 요셉 성인이여! 이 땅의 수많은 아빠에게 당신처럼 아내를 자기 몸처럼 사랑하고 가정을 지켜내는 은총을 빌어주소서. 또한, 하늘의 영광을 이미 여기서 사는 비법을 알려주소서. 아멘.



서춘배 신부(의정부교구 병원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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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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