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평신도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생태사도직이 아닐까 합니다. 제주도가 지속가능한, 제주다움을 유지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오충윤(야고보·54·제주교구 서귀포본당)씨는 지난 11월 20일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생태를 담당하는 교구 위원회의 위원장을 평신도가 맡은 것은 전국에서 제주교구가 처음이다.
오 위원장은 “신부님께서 영성적인 부분을 끌어주실 수 있다면, 우리 평신도들은 신자들 사이에 깊숙하게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서로 나누면서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교구는 지역사회 안에서 큰 입지를 지니고 있고, 특히 생태문제에 관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만이 아닙니다. 만약 교회가 생태문제에 손을 놓는다면 생태를 파괴하는 개발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오 위원장은 틀낭학교뿐 아니라 제주교구가 추진하는 다양한 생태 관련 운동들도 함께하고 있다. 하논분화구 호수개발이나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활동에도 나섰고, 최근에는 제주지역 금요기후행동에 동참하고 있다. 에밀 타케 신부의 활동을 연구하며 에밀 타케 신부가 탐사한 장소를 답사하고 제주 식물의 중요성도 알리고 있다.
다양한 생태사도직활동을 하고 있지만, 오 위원장이 처음부터 생태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본당 총회장을 맡으면서 우연히 하논분화구 호수개발 문제를 알게 됐고 그때부터 차츰 생태사도직에 참여하게 됐다.
오 위원장은 “전에는 생태사도직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면서 “주님께서 생태사도직으로 이끄셨다고 느껴 순명하는 마음으로 생태환경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환경위의 목표 중 첫 번째는 생태영성활동가를 양성하는 일입니다. 교육을 통해 양성하고, 생태문제가 있는 곳들을 탐방하며 활동하고, 또 제주 내 환경단체들과 연대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 위원장은 2년 전부터 틀낭학교에서 생태영성활동가 양성에 함께해왔다. 틀낭학교는 생태영성에 관한 이론과 현장 탐방으로 신자들을 생태영성활동가로 양성하는 제주교구의 생태교육과정이다. 오 위원장뿐 아니라 생태환경위의 12명 위원 모두가 이 틀낭학교의 강의를 맡아왔다. 평신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틀낭학교는 평신도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벌써 틀낭학교 4기까지 550여 명이 수료했고,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 타 교구에서도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
“생명의 가치를 우선하는 교회에서 생태사도직은 주님의 뜻이라 생각합니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걸어가는 지금, 모든 신자들이 생태에 관심을 지니고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