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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수 신부 |
추수가 끝난 논을 지나다 보면 하얀 공룡알처럼 생긴 소의 먹이를 보게 된다. 알곡을 털어내고 남은 볏짚을 둘둘 말아 하얀 비닐로 포장해 두었다가 소가 먹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 논은 무얼 먹고 살까? 쌀은 털어가더라도 볏짚은 남겨두어 논흙에 먹을 것을 남겨 주어야 하지만, 볏짚마저 걷어가 버리고 논흙에다가는 화학 비료를 먹이는 경우가 많다.
사람으로 치면 밥과 반찬 대신 영양제로 연명하는 셈이다. 논흙의 건강이 좋을 리가 없다. 논이 건강하게 살아 있어야 농사도 잘되고 탄소도 많이 흡수할 수 있다. 비료를 먹은 논은 공기 중의 탄소를 끄집어들이는 능력도 상실할뿐더러 물을 담지하는 능력도 떨어지고 메말라 황폐하게 된다. 볏짚을 논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
소들은 왜 공룡알을 먹어야 할까? 인간에게 그들의 몸을 바치기 위해서다. 그러니 우리가 소를 먹지 않으면 공룡알도 논에 더 많이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한 개인이 지구온난화를 저지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채식을 실천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지구상의 농산물 경작지 가운데 70가량이 가축의 먹이를 생산하기 위한 면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육식을 유지하기 위하여 과도하게 많은 곡물이 재배되고 있다. 심지어 가축의 먹이로 쓰이는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지구의 허파라고 하는 아마존 삼림이 불태워져 옥수수밭과 콩밭으로 변화되고 있다. 우리가 육식을 줄이면 아마존의 삼림이 유지될 수 있고 온난화 저지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 생산되는 곡물을 가축에게 먹여 부유한 사람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데에 쓰지 않고 인류가 골고루 나눈다면 모든 이들이 풍족하게 먹고도 남는다고 한다.
점점 뜨거워져 기후재난을 일으키는 지구를 위해 육식을 절제하고 채식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채식으로 우리 몸의 순환도 좋게 하고, 논이 먹어야 할 볏짚도 돌려주어 좋고, 나아가 아픈 지구도 위로하여 생태 사도가 되어보자.
강승수 신부(대전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