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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자의 반 타의 반, 냉담을 끝내며

윤태정(요안나, 인천교구 삼산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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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조부모부터 내려온 신앙으로 태어나자마자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덕분에 학창시절 주일미사를 빠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일요일 아침의 늦잠이나 재밌는 만화영화도 먼 얘기였다.
 

하지만 결혼 후 비신자인 남편과 살면서 오랫동안 주일마다 유혹에 맞서야 했다. 그래도 미사를 빠지면 뭔가 벌을 받을 것 같은 강박감인지, 아니면 모태 신앙인으로서 뼛속까지 다져진 신앙심인지 주일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그랬던 나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은 미사 참례를 위해 성당에 가지 않아도 되는 합법적인 땡땡이를 허락했다. 게다가 병설 유치원 교직원인 나는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에는 절대 가지 말라는 당부를 지켜야 했기에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좋았다. 주일에 성당에 가려고 일부러 준비를 안 해도 되고, 느긋하게 주말을 즐길 수 있었다. 처음에는 본당에서 올려주는 유튜브 방송으로 실시간 미사 참여를 하던 나는 점점 ‘주일 안에만 미사 참여를 하면 되지’하고 아무 때나 틀면 재생되는 미사 방송에 안도했고, 한두 번 미사를 거르기 시작하더니, 아예 주일을 지키지도 않게 되었다.
 

그러다 대면 미사가 재개되었다. 성당에 가야 하는데,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냉담 아닌 냉담자가 된 나를 발견했다. 어느덧 성당이 낯설게 느껴져 선뜻 나갈 수도 없었다.
 

마침 고3 아들이 수시에 합격해서 ‘이때다!’ 싶어 감사 헌금까지 준비하고 성당에 갔다. 기분 좋게 미사를 드리고 집으로 오는데, 발이 꼬이면서 길 한복판에서 대자로 넘어지고 말았다. 양 손바닥은 까여서 피가 나고 양쪽 무릎은 깨지고, 휴대전화 액정도 깨졌다. ‘뭐지? 감사 헌금이 적었나? 아니면 그동안 성당에 안 다녀서 벌을 받았나?’ 창피하고 화도 나고, 이 생각 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고민했다. 냉담을 이어갈 것인가, 끝낼 것인가…. 나는 다시 성당을 찾았다.(혹시나 엎어진 나를 기억하는 본당 신자들이 있을까 일단 옆 동네 성당으로) ‘선한 사람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사람 하나를 하늘나라에서는 더욱 기뻐한다’고 하셨으니, 우여곡절 끝에 다시 주님을 뵈러 가는 나를 보며 그분도 분명히 길 잃은 양을 찾았을 때처럼 기뻐하셨을 거다. 솔직히 주님을 다시 뵈니, 나도 무척 기쁘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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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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