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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수 신부 |
‘우리농’ 홍보를 위해서 대전 시내의 한 유치원장님을 찾아뵈었다.
“원장님, 조금 힘드시더라도 아이들에게 우리농 생명 먹거리를 먹이셔야 합니다.”
“신부님,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농은 좀 느려요. ○○○에서는 주문한 다음 날 새벽에 저희 주방 조리대 위에 놓고 가십니다. 저희는 넣어서 끓이기만 하면 될 정도로 깔끔하게 다듬어 배달된답니다. 아예 배송직원에게 우리 주방 열쇠를 하나 드렸답니다.”
“원장님, 그래도 유기농이고, 믿을 수 있고, 지구를 살리는 농사이니 우리농을 선택해 주셔야 해요”라며 간곡하게 말씀을 드리기는 했지만, 우리가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정말 그럴까? 속도에서 뒤처지고 있는 우리농이 뒤지고 있는 것일까?
현대인은 약 300명의 석유 노예를 거느리고 살고 있다고 한다. 현대인으로 먹고 이동하고 생활하는 데에 투입되는 화석에너지를 인력으로 환산하면 수백 명분의 에너지를 태워가면서 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대전까지 노예 4명이 들던 가마를 타고 이동을 한다면 최소 열흘은 걸려야만 했던 일을 오늘날에는 KTX를 타면 단 한 시간이면 해결된다.
열흘의 시간을 단 한 시간으로 단축하느라 투입되고 있는 화석연료(에너지)는 인력으로 살던 시대에 비하여 오늘날 수백 배가 태워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막대한 양을 빠른 속도로 태우고 있는 화석연료로 말미암아 어머니 지구가 울부짖고 있다.(「찬미받으소서」 49항)
「우리 어머니인 지구」가 울부짖게 된 데에는 인간의 편리(속도)를 위해서 마구 태우고 있는 화석연료 사용이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어느덧 배달의 문화가 우리 생활의 필수적인 조건이 되어 버렸다. 또한, 그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익일 배송’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지내던 시절이 오래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당일 배송’이 현실이 되었다.
인류의 편리와 속도 경쟁에 멍들어 울부짖고 있는 어머니 지구를 생각하면 조금 천천히 오더라도 ‘우리농’이 백번 옳다.
강승수 신부(대전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