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왜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제정했나
▲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0년 하느님의 말씀 주일 미사 중 복음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
올해로 네 번째 맞는 ‘하느님의 말씀 주일’은 말 그대로 하느님 말씀인 성경이 신앙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되새기는 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9월 30일 자의 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를 발표하고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의 말씀 주일’로 선포했다. 교서가 반포된 9월 30일은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이다. 성경을 당시 서민들의 대중 언어였던 라틴어로 번역한 예로니모(342~420) 성인은 오늘날 대중적인 성경이 보급되는 데 초석을 놓은 위대한 학자다. 곧 하느님의 말씀 주일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성경이 지니는 중요성과 그 가치를 일깨우는 날이다. 교황은 교서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위한 특정 주일을 제정하는 것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의 마음을 여시어 그분의 소중한 말씀을 새롭게 이해하고, 가늠할 수 없는 하느님 말씀의 풍부한 가치를 선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미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상황을 겪던 2021년, 교황청 경신성사부는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맞아 공지를 내고 전례 안에서 이뤄지는 성경의 울림을 강조했다. 경신성사부는 공지를 통해 “성찬례에서 경청하고 거행하는 하느님 말씀은 그리스도인들을 기르며 그들에게 내적인 힘을 주어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복음의 참다운 증인이 되도록 한다”며 성찬례 안에서 드러나는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복음집 △독서 △시편 △강론 △말씀 선포 직무 등 미사에서 선포되는 하느님 말씀에 관한 신학적, 사목적 원칙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하느님의 말씀 주일 삼종기도 훈화에서도 성경의 가치를 재차 강조했다.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은 실제로 살아있고 힘이 있으며 우리를 변화시키고 위안을 주며 질서를 잡아준다”면서 “언제라도 복음을 읽을 수 있도록 복음서를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니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복음이 ‘오늘’ 안으로 들어오면 우리 삶은 하느님으로 가득 차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시노드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은 교회 곳곳에서 시작된 시노드 여정을 인도하는 등대이기도 하다”며 무엇보다 하느님 말씀인 성경과 성령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한국 교회는 이미 1985년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을 성서 주간으로 지정해 신자들이 일상생활에서 하느님 말씀을 더 가까이하며 자주 접하도록 이끌고 있다. 성서학자인 신학과사상학회장 백운철(가톨릭대 교수) 신부는 “세상이 깜깜하고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때,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묵상하다보면 말씀이 빛으로 다가온다”며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맞아 어둠 속에서 길을 인도하고 내 빈 곳을 채워주는 생명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느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