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빈곤 이 교회 사회사목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김운회 주교는 지난 12월28일자로 특별담화를 통해 신빈곤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 신빈곤 극복을 위한 신자 공동체와 사회의 노력을 촉구했다(본지 754호 1월1일자 보도). 이와 관련 신빈곤의 실태와 원인 신빈곤 극복을 위한 과제와 대책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①신빈곤 문제의 실태와 원인 ②과제와 대책 ③관계 전문가(사목자) 좌담
신빈곤이란 새로운 신자유주의적 세계경제질서에 의해 연유되는 빈곤현상을 일컫는 말. 우리나라에선 990년대 초에 등장하기 시작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보편화되었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학자들은 이러한 신빈곤의 원인으로 △산업구조 변화 △고용 불안정 △소비구조 고도화 △사교육비 증가로 인한 경쟁능력 상실 등을 들고 있다.
지난해 12월23일 밤 10시. 김향숙(사라 32)씨는 서울 신림동 골목길을 오르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학습지 판매사원들과 가진 저녁 회식자리에서 마신 소주 두어잔 때문인지 발걸음이 흩어지곤 했다. 그때 핸드폰 메시지가 도착했다.
▲산업구조 변화 및 고용 불안정
은행에서 대출금 이자 납입을 독촉하는 내용이었다. 2시간 전 집에 있는 7살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남편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비닐공장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남편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도 한달 수입이 120~130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나마 일자리 없이 손을 놓고 있었던 3개월전에 비하면 나은편이다. 하지만 지금도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고통받아야 한다. 당장 직장을 잃으면 길거리로 나앉아야 한다.
-학자들은 과거의 빈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한데 따른 물질적 박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소위 신(新)빈곤 은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도 빈곤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과거의 빈곤이 조금만 노력하면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의 빈곤 이었던데 반해 현재의 빈곤은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절망의 빈곤 이라는 지적이다.
김향숙씨는 부부가 함께 하루 12시간씩 노동해 벌어들이는 돈으로도 정상적 경제생활이 불가능하다 고 말한다. 한국도시연구소 조명래 소장은 신빈곤이 증가한 데는 신자유주의적 사회조정 방식이 한국사회를 작동하는 기본원리가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고 말했다.
▲소비구조 고도화
김씨가 방 두칸짜리 전세 4000만원 집에 들어서자 두 딸이 반갑게 뛰어나왔다. 그런데 큰 딸이 엄마속을 헤집어 놓는다. 엄마 나 초등학교 가면 컴퓨터 사주기로한 약속 잊지 않았지? 이제 얼마후면 남편과 자신의 핸드폰 사용료(15만여원)에 덧붙여 인터넷 이용료도 내야 한다. 김씨는 조금전 지갑을 열었을 때 가진 돈이 3000원밖에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동아대 장세훈(사회학) 교수는 최근에는 빈민들이 취업을 통해서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어 중상층과의 경제적 격차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며 이에 따라 과거와 달리 빈곤층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격리되는 양상들을 나타나고 있다 고 말했다.
조명래 소장은 저임금 고용불안정이 확산되는 가운데 가족과 더불어 자기다움을 지키면서 살아가기가 힘들어지는 현상이 빈곤의 새로운 양상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사교육비 증가로 인한 경쟁능력 상실
김씨 가족이 한달 교육비로 사용하는 돈은 두 딸 어린이집 원비 50만원에 각종 부대비용과 학용품비 등 70여 만원. 남들 모두 가지고 있다는 장난감과 어린이용 책 한두권 사주다 보면 등이 휘어진다. 자녀 둘을 둔 주위 가정에 비춰보면 월 70~80만원은 최소한의 교육비 라는 김씨는 올해 큰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학원비가 더 들어갈 것 같다 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빈곤이 한 세대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고 있다는 데 있다. 한국도시연구소 신명호 부소장은 성문종합영어 1권으로 대입고사 영어과목 준비가 총체적으로 가능했던 과거는 이제 말그대로 과거 얘기 라며 사교육이 만연하는 현재와 같은 교육 시스템에서 저소득가정 혹은 중산층 청소년이 자신의 학업능력을 향상시켜 상류층 청소년과 동등하게 경쟁하는 것은 무망하다 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 담당 교구장 대리 김운회 주교가 최근 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 이기우 신부) 주최로 열린 한국사회 신빈곤 어떻게 볼 것인가 심포지엄에서 한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미신적 사고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지 못하면 가난의 문제는 사회통합의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이 특히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하고 더 나아가 그들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빈민사목위원회 이기우신부 인터뷰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이기우 위원장 신부는 신빈곤 위기상황 위를 살엄음판 걷듯 걸어가는 2004년 한국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신앙 덕목으로 △정의와 △청빈을 제시했다. 이 신부는 더 나아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공동선이라고 생각하는 민족통일과 한국사회의 화합만큼 중요한 공동선이 바로 빈곤 극복 이라고 강조했다. 사랑과 평화 번영을 아무리 이야기한들 빈곤 극복과 빈부격차 해결이 선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 신부는 이를 위해선 신자들이 먼저 신앙에 부합하는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12월28일 발표된 김운회 주교의 신빈곤 담화 에서 강조된 것처럼 신자들이 주거목적 이외의 집을 소유하지 말고 사교육 열풍 조장에 가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신부는 더 나아가 투기목적으로 집을 과다 소유해 가난한 이들의 삶을 구렁텅이로 몰아놓는 것은 그 자체로 대죄 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김운회 주교의 신빈곤 담화문 발표 배경과 관련 빈곤문제로 자살하는 사람이 교통사고 사망자수보다 많은 사회 현실에서 교회가 어떻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있느냐 라고 반문하고 양심을 가진 선의의 국민과 신자들에게 빈곤문제의 심각성과 그 해결점을 함께 고민하는 풍토가 마련됐으면 한다 고 희망했다.
이 신부는 또 교회가 중산층화되어 간다 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복음적 관점에서 볼때 교회의 수치 라며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물질적 차원에서 청빈을 실천하는 것인 만큼 교회는 청빈의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 신부는 올 한해 동안 빈민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교본당 사목자와 평신도 선교사들의 활동을 활성화하고 주민운동을 본격화해 그 혜택이 서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신부가 바라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은 몇몇 성직자나 평신도의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그런 사안이 아니다.
청빈은 신앙인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정작 예비신자 교리에서도 이 청빈이 강조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많은 신앙인들이 청빈의 덕목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