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제31차 세계 병자의 날(2월 11일) 담화 발표
프란치스코 교황이 “온 교회가 참다운 ‘야전 병원’이 되려면, 질병 안에서도 착한 사마리아인의 복음적 모범을 잣대로 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2월 11일 제31차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교회의 사명은 특히 우리 시대의 역사적 상황 안에서 돌봄의 실천을 통해 드러난다”며 “아픈 이들의 고난은 마치 형제도 자매도 없다는 듯 자기 갈 길만 가는 사람들의 무관심을 깨고 들어가 그 발걸음을 늦추는 부르심”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세계 병자의 날은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친밀함과 기도로의 초대”라며 “우리 모두에게는 멈추어 서고 가까이 다가가며 치유하고 일으켜 주는 법을 아는 연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교황은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19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겪으면서 우리는 보건 의료와 관련 연구 분야에서 날마다 종사하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커졌다”며 “하지만 그러한 감사는 기본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순히 영웅들을 기리는 것으로 이토록 거대한 집단적 비극에서 벗어나는 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코로나19는 전문 지식과 수많은 연결망을 압박했고, 기존의 공공복지 시스템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며 “적절한 의료 서비스에 대한 각 사람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나라에서 전략과 자원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행위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황은 “혼란과 질병과 쇠약함을 체험하는 것은 인간 여정의 일부로 이는 우리를 하느님 백성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님 관심의 한가운데로 데려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느님께서는 이 여정에서 당신 자녀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잃어버리기를 바라지 않으신다”며 “취약함과 질병의 체험을 통해 친밀함과 연민, 자애 곧 하느님의 방식으로 함께 걸어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성찰하도록 여러분을 초대한다”고 말했다.
또 교황은 “우리는 질병에 거의 준비되어 있지 않고 심지어 나이 듦을 인정조차 못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그러한 때에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서 버림받을 수도 있고, 다른 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스스로 다른 이들을 버려야 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러한 참혹함을 없애는 데에는 우리가 관심을 갖고 연민의 마음으로 움직이는 짧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생명과 존엄에 대한 침해가 자연적 원인에서 비롯되는지 불의와 폭력으로 빚어지는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며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새롭게 읽어 보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하느님 백성의 중심에 병자들이 있고, 교회는 모든 이가 소중하고 아무도 버려지거나 소외되지 않는 인류의 표징으로서 병자들과 함께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모님이 발현한) 루르드 성지는 이 시대를 위하여 교회에 맡겨진 예언적 가르침”이라며 “병자의 치유이신 성모 마리아께 전구를 청하며 병자 여러분 모두를 맡겨 드린다”고 밝혔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