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애 수녀(마리진, 착한목자수녀회, 착한목자 대외협력센터 대표)
▲ 배미애 수녀 |
내가 반인신매매 옹호를 위한 여성 수도자들의 국제 네트워크 단체인 탈리타쿰에서 활동한다고 말하면, 우리나라에도 인신매매가 있느냐는 질문을 사람들에게 종종 받는다. 이러한 질문의 이면에는 인신매매를 흉악한 사람에 의해 사람을 강제로 끌고 가서 팔아넘기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데에 있다. 또한, 인신매매가 나와는 아주 관련이 없는 특별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사건으로 보기 때문이다. 사실 인신매매는 한국에서 자주 일어나며, 매우 가깝게 우리 주위에 다가와 있다.
2020년 19살 정은(가명)씨는 지인의 소개로 튀르키예에 사는 이모(44세)씨를 알게 된다. 외국에 거주하는 이씨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정은씨는 자주 영상 통화나 일상적인 채팅으로 친해졌다. 이씨는 작가를 꿈꾸던 정은씨의 글을 봐주기도 하고, 직장에서의 고민도 들어줬다. 그러던 중 이씨는 자신이 사는 튀르키예로 오면 글도 봐주고, 작가가 될 수 있게 도움을 주겠다고 말한다.
2020년 12월 31일 카타르 도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정은씨의 비자 문제로 곧바로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갔다. 정은씨가 튀르키예에 도착하자 이씨의 범행은 시작된다. 정은씨는 감금당했고 협박받았으며 성폭행과 폭력으로 타박상, 안와골절 등 신체적인 손상을 당했다. 3월 10일, 열린 문틈으로 정은씨의 멍들고 부은 얼굴을 본 숙소 주인의 신고로 이씨는 현지 경찰에 체포되어 수감 되었고 영사관의 도움으로 정은씨는 귀국했다.
인신매매범이 인터넷 채팅방을 통해 국가를 넘어서 착취의 덫을 놓는다는 것을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소통과 만남에 대한 갈증이 증폭된 틈새에서 인신매매범들은 달콤한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점점 교묘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인신매매의 덫으로부터 안전하게 사람들을 지켜내야 한다. 이를 위한 예방 교육, 피해자들의 보호, 인신매매범의 형법적 기소를 증진하기 위한 연대가 탈리타쿰의 사도직 현장이다.
배미애 수녀(마리진, 착한목자 대외협력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