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그들을 돕고자 그곳으로 들어갔죠. 예수님도 아마 그렇게 하셨을 것입니다.”
국내 최대 성매매 집결지가 있는 파주 용주골. 이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여성인권센터 ‘쉬고’에서는 성령선교수녀회 소속 김재인(파치스) 수녀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만나고 있다.
“4년 전 수도회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 관한 강의를 듣고 나서 며칠간 잠을 자지 못했어요.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지만 돈 때문에 그곳을 벗어날 수도 없었죠. 사회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도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6개월의 식별 끝에 ‘쉬고’의 식구가 된 김재인 수녀는 용주골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직접 만나고 난 뒤, 더욱 깊이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헤아렸다. “쉬지 않고 일하지만 빚이 계속 쌓이게 만드는 그곳의 구조는 여성들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 우리 센터에 연락을 하려고 해도 동료 여성들끼리 서로 감시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그마저도 쉽지 않죠.”
성매매 업소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이들은 ‘경찰에 신고하고 도망쳐 나오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부분 중·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성매매 업소로 흘러들어온 탓에 사회성이나 판단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업소 운영자가 힘들 때 자신을 도와줬다고 여겨 오랜 시간 심리적으로 종속된 결과, 쉽게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게 김 수녀의 설명이다.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에 의해 그들을 돕는 지원체계가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알지 못해요.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 대부분은 그곳을 나오고 싶어 하지만, 빚 때문에 혹은 가족에게 해를 가할 게 두려워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 파주시가 용주골 폐쇄를 결정하면서 김 수녀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만날 수 없게 됐다. ‘쉬고’의 차가 용주골 입구에 들어서기만 해도 업주들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이후 용주골 폐쇄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의 선봉에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있었다. 김 수녀는 “탈업을 하고 싶어했던 여성들이 용주골 폐쇄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 자발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는 업주들이 전면에 나설 수 없기에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3년간 성매매 피해 여성들과 만나며 김재인 수녀는 “왜 그런 사람들을 도와줍니까?”라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김 수녀는 세리와 창녀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렸다. “예수님께서는 도와줄 가치가 있는 이들만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 예수님은 누구를 찾아가셨을까요?”
※후원계좌: 농협 215044-55-000183(예금주 (사)에코젠더 부설 여성인권센터 쉬고)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