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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미애 수녀 |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 수술을 한 여성과 낙태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에 관한 형법 조항에 대해 개선하고 새롭게 입법화하라고 요청했으나, 국회에서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기에 현재로써 낙태죄는 법적 공백 상태다. 낙태죄 폐지에 대한 담론이 뜨거운 가운데, 역설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사람이 불임으로 고통받고 있다.
예전에 내가 일했던 사목 현장에서 미혼모로 머물면서 아기를 낳고 입양 보냈던 명희(가명)씨와 통화하면서 그녀가 결혼 후, 불임으로 몇 번의 인공수정에 실패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혼 후 부부는 임신을 간절히 기다렸지만, 좀처럼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아기를 낳았던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임신을 못 하는 다른 이유는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부부가 모두 검사상으로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가지려는 많은 부부가 자주 불안해하면서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해 주었다. 또한, 호르몬 주입 과정에서 여성들은 정상적인 생식능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편안하게 마음을 먹고, 생명을 주시는 분이 하느님이심을 믿고, 남편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생식능력 주기 안에 남편을 초대하라고 말해 주었다.
통화하고 몇 주 후, 명희 씨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신기하게도 나와 통화를 하고 나서 인공수정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고 마음이 편안해졌으며 2주 후에 자연적으로 임신이 됐다고 말했다. 원치 않은 태아의 낙태가 선택권이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한편 많은 불임 부부들은 아기를 갖길 갈망하고 있다. 우리에게 찾아온 생명은 모두 하느님의 선물이다. 우리가 만약 그 선물을 사랑 안에 받아들인다면, 생명은 온 세상보다 소중한 사랑이 되어 그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다. 생명과 사랑은 원래 하나였기 때문이다.
배미애 수녀(마리진, 착한목자 대외협력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