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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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우리는 이 땅의 순례자이자 이주민

배미애 수녀(마리진, 착한목자수녀회, 착한목자 대외협력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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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미애 수녀



착한목자수녀회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새롭게 시작한 이주민들을 위한 사도직은 시대 요청에 대한 응답이다. 특히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찾아가는 사목과 이주여성상담소는 이주민 중에서도 더 취약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사목 현장이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나라를 떠나서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 안에서 새롭게 살아가야 하는 이주민의 삶은 그 자체로 어려운 일이다. 특히 가난한 노동 현장이나 가정 폭력을 당하는 결혼 이주민은 더 힘든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이다.

몇 개월 전, 내가 강원 이주여성상담소로부터 강의 요청에 응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만난 이주민들과 많은 나눔을 했었다. 그들에 의하면, 상당히 많은 한국인이 이주민들에게 한국에 빨리 적응하려면 자신이 떠나온 고향을 잊고 한국의 언어, 음식 등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은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인 것 같지만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실상, 이주민은 자신의 조국을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60년 동안 한국에서 선교하다가 100세에 돌아가신 우리 수녀회의 미국 수녀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한국말 하는 것을 힘들어하셨다. 한국 음식을 드셨지만, 많이 드시지 못하셨고 커피와 빵을 더 즐기셨다. 일제 강점기 경성제대 의대생의 신분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해서 일경에 쫓기게 되어 독일로 넘어가신 이미륵(1899-1950) 선생님은 머나먼 독일 땅에서 암과 투병하며 사투를 벌이다가 임종을 앞두었을 때, 고국의 밥을 드시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유엔본부 전당 홀 전면에는 노만 록웰(Nor man Rockwell)의 모자이크 작품 ‘황금률’이 있다. 작품의 하단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행하기를 원하는 것을 그들에게 하라.” 우리는 이 땅에 살면서 이 땅을 찾아온 이주민들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선조들도 만주에서 시베리아에서 그곳의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려는 한편,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했다. 우리는 모두 이 땅의 순례자이며 이주민이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배미애 수녀(마리진, 착한목자 대외협력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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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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