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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사순 제2주일- 온전히 충만한 신성이 육신의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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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엘로 작 ''주님의 거룩한 변모''.

 


제 고향 마을 뒷산의 이름은 ‘보리산’입니다. 작년에 제가 잘 아는 신자 가족이 제 도장을 새겨주고 싶은데 ‘호’(號)를 알려달라고 하여 오랫동안 고심하다가 ‘보리산인(菩提山人)’이라고 정하였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사제’가 되고 싶다는 거룩한 원의를 갖게 된 곳도 바로 이 산 위에서였습니다. 보리산을 등반하며 나의 미래와 진로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였습니다. 그때 “아! 나는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지! 그런데 사제가 되면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있겠지!”라는 마음이 처음으로 생겼었습니다! 지금도 어쩌다 고향을 지나다가 보리산을 바라보면 가슴이 뛰는데, 이렇게 보리산은 제게 늘 신비로움을 안겨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높은 산에 올라가셔서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거룩하게 변모하셨습니다. 인간의 육신은 정신과 영혼이 머무는 집이기에 그의 얼굴은 속마음을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고 합니다! 예수님의 얼굴이 태양처럼 변하심은 이분의 내적인 본성이 어떠하신지를 보여 줍니다. 오늘 예수님은 당신의 인성(人性) 안에 감추어져 있는 신성(神性)을 드러내 보여주십니다. 이 신성은 “이제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환히 드러났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폐지하시고, 복음으로 생명과 불멸을 환히 보여주셨습니다.”(2티모 1,10) 예수님을 통해 계시되는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습니다.’(루카 20,38 참조) 또한 “온전히 충만한 신성이 육신의 형태로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고 있습니다.”(콜로 2,9)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스승이신 예수님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고 전율합니다! 예수님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완전한 아름다움을 오늘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아드님은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십니다.”(히브 1,3) 이 하느님의 신성(神性)인 완전한 아름다움(美)은 예수님께서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곧 인간의 모든 죄를 대신 속죄하기 위하여 겪으시는 수난을 포함합니다. “하느님은 고통을 당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고통을 함께 나누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성 베르나르도)
 

하느님의 외아들로서 신성을 지니신 예수님께서 당신의 인성으로 겪으신 인간의 온갖 반항과 거부, 불신과 증오와 적개심, 그로 인한 십자가 상의 죽으심이 하느님 안에 온전히 받아들여짐으로 인간적인 모든 것이 신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 안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나는 하느님의 영광을 예수님께서 오늘 미리 제자들에게 보여주십니다. 이는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모든 인간이 그 어떠한 처지에 있더라도 하느님의 사랑받는 존엄한 존재임을 일깨워 줍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도 당신의 이 신적 본성에 참여하도록 초대하십니다.(마태 17,5)

 

 

구요비 욥 주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 구요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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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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