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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리 수녀의 아름다운 노년생활] (11)자연스러움이 주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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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리 수녀

인권교육을 하면서 교육 대상자들에게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은가요?”라는 질문을 하면 외모와 관련된 답변을 많이 합니다. “곱게 나이 드셨네요”, “어쩜 피부가 그렇게 좋으세요?”, “10년은 젊어 보이시네요”를 비롯해 남녀 공통적으로는 “동안이시네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화장품 광고를 보면 좀 더 젊어 보이는 개선 효과를 강조하고 있으며 의료기술 또한 노화를 늦추기 위해 주름을 없애는 등의 피부과 시술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젊어 보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는 반응들은 단순히 동안을 추구하는 데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 말을 가만히 살펴보면 늙는다는 것이 싫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는 자신도 모르게 ‘싫음’과 ‘노인’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편견과 혐오를 통해 차별적 행동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사고하고 느끼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산등성이를 바라보다 자연의 질서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가장 키가 큰 참나무가 더 작은 소나무에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나뭇가지를 위로 쭉 뻗으며 자라고 있었습니다. 소나무는 넓은 잎이 아닌 바늘처럼 가느다란 잎으로 바람이 잘 통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키가 가장 작은 진달래 나무는 모자람 없이 영양분을 흡수하여 잎이 나오기 전에 꽃망울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다듬어지지 않아도 자연의 조화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인공적 꾸밈이 아닌 자연스러움 때문입니다.

‘자연스럽다’의 ‘자연(自然)’은 스스로 그러한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다’는 ‘억지로 꾸밈이 없고, 순리에 맞게 당연하다’로 정의됩니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저에게 있어서 사물은 있어야 할 곳에 있어 그 쓰임새에 맞게 쓰일 때 넘치지 않게 적당해서 좋고, 사람은 연령대에 맞게 가지고 있는 특징에 따라 살아갈 때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머리카락이 하얗고 주름이 깊은 어르신을 보면, 쉽지 않은 인생 여정을 꿋꿋하게 살아오신 삶 앞에 마음이 숙연해지고 존경의 마음이 절로 듭니다. ‘자연스러움’이 주는 힘은 꾸밈이 없기에 ‘특출함’이 주는 힘보다 오래가고 여운이 남습니다.

노인이 되어간다는 것은 이 순간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타인과 비교하며 자존심만 내세운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노년을 살게 됩니다. 자존심은 상대방과 자신을 비교해 자신을 높이는 마음입니다. 반면 자존감은 타인의 평가와 관계없이 스스로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마음입니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합니다. 이에 비해 자존심만 센 사람은 매 순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의 믿음 범위 외에는 이해하지 못하고 남에 대한 걱정을 자기 기준에서만 판단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자존감이 있어야 인생에 온갖 굴곡이 있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항해를 끝까지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힘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고통스러운 것 중 하나가 불면증입니다. 신앙인들은 복음 말씀을 묵상하거나 묵주기도를 바치면 기도와 말씀이 주는 충만함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치매가 언제 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두려움이 앞선다면 아름다운 시편을 암송해 보시길 권장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언어로 말을 건네다 보면 마음에 기쁨이 머물게 되어 걱정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노화를 막으려 애쓰기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성장시키기 위한 작은 실천을 하나, 둘 채워가 보세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아름다운 노년을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서울특별시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박진리(베리타스)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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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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