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로부터 상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최근 요양원에 입소한 어르신이 기저귀 착용을 거부하십니다. 그 어르신은 화장실까지 갈 수 있도록 자신을 부축해달라는 요구를 매일같이 하고 계셔서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힘들어하고 있어요. 어르신의 요구를 들어드리기에는 일손이 너무 바쁘고, 거절하는 것도 무척 힘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어르신이 기저귀 착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노화로 신체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익혀가는 과정 중에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기저귀를 착용하는 것입니다. 기초적인 욕구조차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수치심을 넘어 살아있음이 누군가에게 짐이 된다는 자책감으로 우울한 인생을 살아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어르신의 건강 상태라면, 그 어르신의 요구는 인간의 품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돌봄의 현장에서는 누워계신 어르신보다 인지기능이 약하면서 활동량이 많은 어르신에게 손길이 더 많이 가기 때문에 화장실까지 갈 수 있도록 부축해달라는 어르신의 요구가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돌봄의 목적은 현재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거나 나아질 수 있도록 서비스를 베푸는 것입니다. 기저귀를 착용하도록 어르신을 설득하는 것 보다, 조금이라도 신체기능을 유지하게끔 도움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 주어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어르신들은 본인이 살아왔던 가정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큽니다. 초고령 국가 진입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현실을 직시할 때 생활시설에서의 수용은 한계가 있습니다. 부부 중 남성 노인의 수명이 길지 않았을 때는 배우자와 사별한 후 여성 노인이 혼자 생활하다가 생활시설에 입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남성 노인의 수명 또한 길어져 노인 2인이 살아가는 가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학대 신고 통계를 살펴보면 학대 행위자 1순위는 자녀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보고된 2021년도 학대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처음으로 학대 행위자 1순위는 배우자로 바뀌었습니다. 노인 2인 가구가 늘고 있습니다. 노인 부부 중에 조금이라도 건강한 배우자가 취약한 상태에 있는 노인을 돌보는 형태를 일명 ‘노노케어’라고 합니다. 이는 체력적 한계와 쌓이는 스트레스로 인해 ‘노노학대’라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노화나 노인성 질환으로 보폭이 좁아지고 반사 신경이 둔화되면서 발생하는 낙상사고 대부분은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고령화 대책 방안으로 주택 개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고령자의 주거 문제를 연구해온 권오정 교수는 “젊을 때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 밖에서 보내지만, 노년기에는 반대로 거의 집안에서 보낸다”며 “집이 불편하면 걸려 넘어지거나 추락하는 낙상사고가 발생하게 되어 와상 노인으로 전락하거나 심지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님 집을 살펴볼 때, 오랫동안 봐왔던 익숙한 시선으로는 무엇이 불편한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체기능이 떨어진 노인이 생활하기에 안전한지를 살펴보세요. 낙상 예방을 위해 넘어질 위험이 있는 턱을 없애고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여 이동이 편리하도록 하고,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에 놓아둡시다. 이러한 관심과 노력은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게 할 수 있을뿐더러 노인이 존엄성을 지키고 높은 질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