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사건의 연속선상에 놓인 삶을 살아가면서, 기도는 가장 큰 위로의 공간이며, 영감을 퍼 올리는 우물이고, 괴로움을 내려놓는 휴식처다. 그래서 나는 가끔 형식적으로 혹은 의례적으로 기도를 하다가도, 어려운 일이 닥치면 아주 자연스럽게 하느님께 나의 복잡한 심경을 나누게 된다.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느님께 매달리기도 하고, 속상하다고 한탄하거나 포기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2014년 봄, 뇌출혈로 어머니가 쓰러지셨고 이후 4년 동안 투병하셨다. 어머니가 투병하셨던 기간, 나는 수녀회의 사도직과 병행하며 어머니를 돌보아 드렸다. 처음에는 밀려오는 사도직 업무와 어머니를 돌보는 일의 균형을 잡기가 죽을 듯이 힘들었다. 다행히 차츰 어머니의 병세는 호전되었기에 사도직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2018년 11월 24일 어머니가 선종하신 날, 나는 인도 방갈로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내가 올 때까지 어머니 관을 봉하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어머니의 완쾌를 간절히 빌며 잠 못 이뤘던 시간이 소중한 보물처럼 남아 있다. 어머니는 나에게 결코 짐이 아니었다. 어머니라는 선물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나에게 가르쳐 주시고 깨닫게 해 주신 것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마지막 4년, 나는 활동과 기도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배우게 되었다. 결코, 일이 많다고 혹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의 깨달음이다.
착한목자수녀회의 창립자 성녀 마리 유프라시아는 “기도와 침묵 속에서 얻은 가르침이 아니라면, 하느님의 사랑을 알도록 사람들을 돕는 일은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사도직 현장에서 만약 기도하지 않고 일에만 집중한다면 그것은 하느님을 드러내는 일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사도직 현장에서의 노고와 땀 피로가 참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언제나 기도와 내적 성찰에서 길어 올린 배움으로 활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