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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결혼은 하느님의 뜻이자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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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주일 보기 좋게 한쌍씩 혼인강좌 접수를 시작한다. 눈여겨보면 표정들이 가지각색이다. 부모 강요에 못이겨 억지로 온 경우 신자가 아닌 한쪽 눈치를 보며 어렵게 온 경우 그냥 한두시간 앉아 있다가 수료증만 받아 가려고 온 경우 선배로부터 교육이 좋다는 소개를 받고 온 경우 등이다.

  오늘 여러분은 작은 조각배 하나 준비하러 오셨습니다. 결혼이란 그 배에 함께 타고 폭풍우가 난무하는 망망대해로 나서는 것입니다. 큰바다에 비하면 너무나 보잘것없는 작은 배 하나 준비해서 떠나는데 그 배에 뭘 싣고 가겠습니까? 지펠냉장고입니까? 큰 아파트입니까? 우리 모두는 각자의 앞길엔 잔잔한 호수같은 길만 펼쳐지길 기원합니다만 우리 앞에 어떤 길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혼인생활을 하면서 화려한 드레스와 멋진 턱시도만 입고 살 수 없다고 이야기할 때는 어느새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우리를 만드시고 서로를 점지해 주신 그분의 사랑과 서로의 사랑을 씨줄과 날줄 삼아 엮어 만든 질기디 질긴 옷을 입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스스로 이런 시간을 갖게 된 것에 감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결혼 15년째이다. 아직도 전셋집에 살고 있고 지펠냉장고도 없지만 당신이 세우신 우리 혼인의 뜻을 위해 오늘도 우리 가족은 한공동체로 잘 살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말처럼 비록 부자는 아니지만 행복하게 말이다.
 요 며칠전 이사를 준비하는데 또 전셋집으로 가는 걸 알고 지인이 선생님 주님께서는 당신의 도구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집 한채도 안 주신데요? 하고 물었다. 물론 농담이겠지만 웃으면서 대답했다. 원래 그런 계약은 안 했거든요. 다음엔 한번 여쭤 볼께요.

 혼인은 하나의 인생사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합해 하나의 생명체 하나의 인격체를 형성하여 서로를 자기 몸처럼 사랑하면서 평생 운명공동체를 이룬다. 배우자의 고통과 기쁨 병고와 건강 성공과 실패 현재와 미래를 나누며 배우자의 운명과 삶의 여정을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힘들다는 느낌없이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정과 생명과 사랑에 대한 공부로 미리 준비시켜주시고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잘 이겨낼 수 있는 힘도 주시고 그래서 앞으로도 한 계단씩 주시는 대로 예 감사합니다 하고 살다 보면 조금씩 더 나은 모습으로 바뀌리라 생각하며 다시 한번 내 직분에 감사한다.
 남녀의 결합은 하느님의 뜻이자 축복이기에 구원의 동반자로서 서로 보완하고 성숙해가며 완성을 지향해나가는 것이라고 모든 부부에게 외치고 싶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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